中통령, 중기회장 선거 충북출신 ‘김기문-이재한’ 격돌
中통령, 중기회장 선거 충북출신 ‘김기문-이재한’ 격돌
  • 이재표
  • 승인 2019.01.03 0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金-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서 회장…개성공단 초대회장 역임
李- 2017년 문재인 선대위 중기위원장…중소벤처부 승격에 기여
2월28일 실시되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서 맞붙게 되는 충북 출신의 김기문(왼쪽) 전 회장과 이재한 부회장. 사진=세종경제뉴스DB
2월28일 실시되는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에서 맞붙게 되는 충북 출신의 김기문(왼쪽) 전 회장과 이재한 부회장. 사진=세종경제뉴스DB

228일 실시하는 26중소기업중앙회장(이하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 유례없는 충북 출신 기업인들의 맞대결이 예상된다. 투표로 진검승부를 벌이게 될 두 주인공은 증평 출신의 김기문(1955년생) 전 중기중앙회장과 옥천 출신의 이재한(1963년생) 현 중기중앙회 부회장이다.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인물은 두 사람 외에도 곽기영 보국전기공업 대표(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원재희 프럼파스트 대표(한국폴리부틸렌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 주대철 세진텔레시스 대표(한국방송통신산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여섯 명이 거론되고 있지만 예상은 벌써부터 양자대결 구도로 점쳐진다.

중기중앙회장은 대한상의·무역협회·경영자총협회·전경련과 더불어 경제 5단체의 수장이다. 360만 중소기업인의 대변자라는 점에서 경제계에서는 중소기업 대통령또는 부총리급 실세로 통한다.

2006년 이전까지는 공식명칭이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였다. 따라서 경제 5단체장 가운데 유일하게 선거로 뽑는다. 투표인은 전국의 협동조합 이사장 600명이다. 김기문 제이에스티나 회장(진해마천주물공단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재한 한용산업 대표(주차설비공업협동조합 이사장),

차기 중기중앙회장은 권한도 막대하지만 책임도 막중한 자리다.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따놓은 점수를 경제로 까먹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중소기업 정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모두 충북이 고향이고 한때 중기중앙회장과 부회장으로 손발을 맞췄던 교집합도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김 전 회장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회장을 지내 올드보이이미지가 강한 반면, 이 부회장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선거대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맡았다.

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일정. 표=김지영 디자인팀장
26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일정. 표=김지영 디자인팀장

 

김기문대통령 3대를 이어 회장에 도전 진기록

노영민 중국대사와 막역베이징 행사에도 초청

김기문(오른쪽) 제이에스티나 회장이 2018년 10월11일,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노영민 주중대사와 사진을 찍었다. 사진=제이에스티나
김기문(오른쪽) 제이에스티나 회장이 2018년 10월11일,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노영민 주중대사와 사진을 찍었다. 사진=제이에스티나

김기문 전 회장이 이번 선거에서 당선되면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대통령까지 대통령 4대와 함께하는 회장이라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김 전 회장은 노무현 대통령 임기말인 2007에 시작해서 2015년까지 무려 8년 동안 중기중앙회장을 역임했다.

김 전 회장은 8년동안 중기중앙회를 이끌면서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정치권과 폭넓은 인맥을 구축해왔다. 재임기간 성과로 평가받는 스포츠톡톡과 노란우산공제 도입, 홈앤쇼핑과 에스엠 면세점 설립 등은 그의 영향력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보수정권 하에서 회장을 지낸 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그는 이 시대가 요구하는 남북경제협력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김 전 회장은 20065, ‘개성공단기업인협의회를 만들어 2년 임기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이듬해 1월에 창립대회가 열렸으니 산파역할을 한 것이다.

김 전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노영민 중국대사와도 막역한 사이다. 김 전 회장은 지난해 1011일 베이징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2018 국경일 및 국군의 날 기념행사에서 노영민 대사와 나란히 사진을 찍기도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10여개 한국기업이 초청을 받은 이날 행사에 제이에스티나는 주얼리·패션 브랜드 가운데 유일하게 행사에 참가해 주목을 받았다.

김기문 전 회장은 충북 증평에서 유복한 집안의 종손으로 태어났지만 가세가 기울어 청주농고, 충북대 축산학과를 중퇴했다. 1982년 솔로몬기계공업()에 입사하면서 시계와 인연을 맺은 뒤 1988, 빌린 돈 5000만원으로 로만손을 설립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손목시계 브랜드 로만손은 70여 개 나라에 연간 25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렸다.

김 회장은 2003년 주얼리 브랜드 제이에스티나를 출시했고 2011년엔 핸드백을 선보이며 사업 영역을 꾸준히 확대했다. 2016년에는 사명을 제이에스티나로 변경했다.

김기문 회장은 2007년부터 8년 동안 중소기업중앙회장을 역임하면서 국회의원 또는 충북지사 출마설이 끊임없이 나돌았지만 실제로 정계의 문을 두드리지는 않았다.  

김기문 전 회장은 세종경제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근로시간 단축과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중소기업들이 곤경에 처하다 보니 지난 임기를 통해 이미 역량이 입증된 나에게 출마를 권고해서 다시 나서게 됐다“면서 “중기중앙회를 선진적으로 만들었던 과거의 경험을 살려 실질적인 개선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또 남북경협과 관련해 “정치가 다리를 놓으면 경제가 따라가야 한다. 북한은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쓰고 국민들도 근면해 다른 외국에 공장을 짓는 것과는 차별적이다. 북한을 무작정 도와주는 것보다 우리는 자본과 기술을 대고 북한은 토지와 인력을 제공해 동반상승을 모색해야하며 이는 이미 충분히 검증된 모델이다. 경협이 복구되면 제2, 제3의 개성공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한중소벤처위 주도, 문재인 대선승리 기여
임종석 비서실장과 친분사석에서는 형님동생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만난 이재한(왼쪽) 부회장과 임종석 비서실장. 사진=이재한 부회장 제공
지난해 12월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해 청와대에서 만난 이재한(왼쪽) 부회장과 임종석 비서실장. 사진=이재한 부회장 제공

이재한 부회장은 2007년부터 3년 동안 김기문 전 회장 밑에서 부회장을 지냈다 당시에도 충북 출신이 회장, 부회장을 맡은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이 부회장은 널리 알려진 대로 충북의 영원한 야당정치인(현 여당) 이용희 전 국회부의장(5)의 아들이다. 정치 DNA를 물려받은 건 분명하지만 총선 성적표는 2012(19), 2016(20) 연이은 낙선이다.

201525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서 박성택 현 회장의 당선에 기여하면서 다시 부회장을 맡았다. 지난 2016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중소벤처기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중소기업과 벤처, 소상공인 등 17000여명의 공개지지선언을 이끌어 낸 것이 가장 큰 공로다.

부친으로부터 승계한 인맥에 더해 이를 통해 청와대와 여당인맥을 확장했다. 차기 청와대 비서실장 하마평에 오른 김기문 전 회장과 달리 이재한 부회장은 임종석 현 비서실장과 친분이 회자되고 있다. 정치적 어려움 겪을 때마다 조언을 주고받는 사이로, 사석에서는 호형호제로 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한 부회장은 2017, 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중소기업청을 중기벤처부로 승격하는 등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정책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초대 중소벤처부 장관 하마평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재한 부회장도 남북경협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초부터 중기중앙회와 소속 조합 중심의 북한 시장 공동 진출을 제안해 관심을 끌었다. 북한의 시급한 현안인 시멘트, 도로 등의 사회기반시설과 음식료, 의류가 중소기업의 적합 업종이라는 점을 감안해 내놓은 것이다.

이용희 의원의 3남인 이 부회장은 오랜 기간 아버지의 선거를 도우며 선거감각을 익혔다. 1992, 스물아홉 나이에 주차설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용산업을 창업해 강소기업으로 키웠다. 대기업에 침공을 당하면서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자신의 선거다. 아버지의 후광을 업고 나선 선거에서 내리 낙선한 것은 그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2016년 총선에서는 낙선과 함께 선거법 위반으로 250만원이 확정돼 5년간 피선거권(정치)이 박탈된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차기 총선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이번 중기중앙회장은 선출직으로서 재기를 노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 볼 수 있다.

이재한 부회장은 “중앙회장은 벼슬자리가 아니다. 정부의 경제정책이라는 이론과 현장의 어려움이라는 실재를 소통하는 가교역할을 하는 자리“라며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에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기업과의 관계 속에서 풀어가야할 것들이 산재한 만큼 그 해결사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또 “남북평화는 현재의 경제어려움까지 해소할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으며, 그 업종 면에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영역이 더 크다. 중기중앙회는 물론 각 조합들이 북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들겠다. 언어소통에 문제가 있는 외국인 노동자보다 북한 노동자들을 취업시키는 문제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