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020년 은퇴를 공식 선언했다. 글로벌 유통망 완성을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단, 자식들에게 경영승계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서정진 회장은 2018년에도 전년에 이어 국내 상장주식부호 4위를 지켰다. 서 회장의 지난해 말 현재 보유 지분가치는 3조7916억원으로 1년 전 5조3707억 원에 비해 1조5791억 원(29.4%)이나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에 이어 여전히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말 한 마디,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 회장의 깜짝 발언은 지난 4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쏟아져 나왔다. 서 회장은 이날 “올해 시무식에서 직원들에게 ‘우리의 마지막 인연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나갈 때를 아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고, 은퇴까지 2년 남았다고 거듭 말하고 다니면서 스스로를 세뇌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는 미국 현지시각으로 7일부터 10일까지 열리고 있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앞두고 마련한 자리였다.
서 회장은 글로벌 유통망을 구축하는데 있어 직판체계를 완성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해외시장에 나서는 국내 기업들은 현지 유통사와 협업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며, 직판시스템을 만드는 건 업계 최초다.
서 회장은 글로벌 직판체제를 완성한 다음에는 경영에서 물러나겠다고 선언했다. 서 회장은 “1단계 목표가 2020년까지 완전한 판매망을 갖춘 회사를 만드는 것”이라며 “1단계까지는 창업주인 제가 맡아서 하고 이후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서 회장은 직판체계를 갖추는 동안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겠다고 밝혔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줄 가능성도 일축했다. 현재 서 회장의 장남 진석 씨는 화장품 계열사 셀트리온스킨큐어 대표, 차남은 셀트리온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다양한 예측을 낳았던 ‘3공장 건립 부지’와 관련해서도 “인천 송도에 있는 제1공장의 5만ℓ 증설을 진행 중이며 제3공장 역시 국내에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상반기 안에 중국에 합작법인을 세우는 등 수출물량 증가에 따라 추가 생산능력을 확보할 필요성은 남아있어서 해외 공장을 신설하는 안은 지속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셀트리온은 복제약을 만드는 세계적인 회사다.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와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를 올해 미국 시장에 출시한다. 지난달 허쥬마가 미국 FDA 승인을 받으면서 램시마·트룩시마·허쥬마 3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의 미국 허가 승인에 성공하게 됐다.
1957년 청주에서 태어난 서정진 회장은 청주에서 중학교를 다니다가 인천으로 이사를 갔다. 서 회장은 자신의 연고를 잊지 않고 2002년 인천 송도에 셀트리온 본사를 세웠으며, 2015년에는 계열사 셀트리온제약의 본사와 공장을 고향인 청주 오창으로 준공, 이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