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금순 “줬다”-임기중 “전달자”-그럼 ‘수령자’는?
박금순 “줬다”-임기중 “전달자”-그럼 ‘수령자’는?
  • 이재표
  • 승인 2019.01.2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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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선거 청주시회 돈공천(민주) 의혹, 18일 첫 공판 열려
돈 준 박 전 의원 ‘특별당비’ 말 바꾸기… 檢, ‘미흡한 공소’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시·도의원의 공천헌금 거래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지방경찰청이 23일 오후 임기중 충북도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7월,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현직 시·도의원의 공천헌금 거래 의혹과 관련해 경찰에 출두하는 임기중 충북도의원, 사진=뉴시스

지난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불거졌던 민주당 청주시의원 후보 공천헌금설과 관련한 첫 공판이 열렸으나 수사단계에서 밝혔어야할 의혹만 증폭되는 상황에 빠졌다.

두 피고의 진술이 완전히 엇갈린 데다, 임기중 충북도의회 의원은 자신이 전달자였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수사과정에서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공천헌금이 아닌 특별당비라고 주장했었다.

18일 청주지방법원 형사11(부장판사 소병진)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임기중 의원은 변호인을 통해 돈을 받은 건 사실이나 이는 전달자로서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이라며 자신이 공직선거법에서 금지하는 금품을 수수하지 않았다고 공소사실을 일부 부인했다.

이에 반해 공천 대가로 임 의원에게 돈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는 박금순 전 청주시의회 의원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박 전 의원은 말을 두 번 바꿔 다시 처음 폭로단계로 돌아간 꼴이 됐다.

줬다는 사람이 있고 스스로 전달자라는 사람도 있는데, 이 돈을 받았다가 돌려보냈거나 수령을 거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수령자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공판을 진행해야 하는 셈이다.

이는 예견된 것이었다. 폭로자에서 결국 피고인 신분이 된 박금순 전 의원이 조사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등 임 의원과 조율한의혹이 제기됐지만 여러 차례 압수수색 등에도 불구하고 이를 밝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선거법 공소시효에 쫓겨 검찰수사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피고인들의 말 어떻게 바뀌었나?

사건이 처음 불거진 것은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해 617일이다. 이날 충청투데이에는 익명의 낙천자 A씨가 폭로한 내용이 보도됐다.

A씨는 동료 청주시의원이었다가 사퇴하고 충북도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B씨에게 2000만원을 줬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A씨는 변재일 도당위원장의 측근인 B도의원 당선자에게 공천을 부탁했고, B당선자가 3000만원을 요구했으나 2000만원을 건넸다는 것이다.

A씨는 당시 인터뷰에서 도당위원장에게 70만원 상당의 양주도 보냈으나 낙천 이후 2000만원과 양주 모두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선거법과 정치자금법에 비춰 볼 때 본인의 처벌을 감수한 양심선언이어서 파장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A는 박금순 전 의원, B는 임기중 의원이다.

경찰은 지난해 718. 박 전 의원을 소환한데 이어 723, 임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7시간 동안 강도 높은 조사를 벌이는 것으로 사건의 실체에 대한 본격적인 접근을 시도했다.

확인된 사실은 이렇다. 임 의원은 청주시의원 재임 시절이던 지난해 416일 청주시 한 주차장에 세운 승용차 안에서 박 전 의원으로부터 청주시의원 공천을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현금 2000만원을 받았다. 박 전 의원은 하루 전 청원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변재일 의원 보좌관에게 100만원 상당의 고급 양주를 전달하기도 했다.

문제는 금품의 성격이다. 임 의원은 이날 박 전 의원에게 돈을 받았다가 돌려준 건 맞지만, 특별당비의 성격이었다고 주장한 이후로 일관되게 공천 대가라는 점을 전면 부인해 왔다. 이에 반해 박 전 의원은 일주일 뒤인 725일 조사부터 임 의원의 주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특별당비였다고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경은 이들이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 후보 추천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돈거래를 한 점, 돈이 정당 계좌로 들어가지 않은 점 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고 공천헌금으로 간주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당초 의혹은 대대적인 공천장사

청주지방검찰청은 피의자 신문과 자택 압수수색, 휴대전화 및 컴퓨터 파일 분석,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사무실 압수수색 등을 통해 지난해 814, 임 의원과 박 전 의원에 대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이틀 뒤 청주지방법원이 모두 기각했다.

윤찬영 청주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돈을 주고받은 사실은 소명되나 피의자의 주거가 일정해 도주의 우려가 없을뿐더러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윤 부장판사는 또 범죄사실의 중대성을 감안하더라도 피의자가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청주지검은 보강수사를 거쳐 913, 임 의원에 대해서만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이 역시 같은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청주지검은 6·13선거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달(12) 4, 공직선거법 위반(정당의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금지)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임기중 도의원과 박금순 전 시의원을 청주지방법원에 기소했다.

공소시효에 쫓겨서인지 돈의 성격이 불분명하고, 고급양주나 돈이 어디까지 흘러갔다가 돌아왔는지에 대해 입증하지 못한 상태에서 채판이 시작됐다.

임기중 의원이 변재일 도당위원장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폭로직후 대대적인 공천장사의혹까지 나오는 상황이었지만 수사는 확대되지 못했다.

지난해 7,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예비후보는 세종경제뉴스와 인터븅에서 나도 간접적으로 공천헌금 제안을 받았으나 거부했다. 박금순 의원이 전달하려 했던 양주는 윗선의 또 다른 측근이 보관했던 것으로 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첫 공판은 당초 9일 오전 1110분 열릴 예정이었으나 임 의원 측 변호인이 공판기일변경을 신청해 한 차례 연기됐다. 다음 공판은 30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임 의원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이 상실되고 향후 5년간 피선거권도 박탈된다. 징역형 이상일 때는 집행종료 또는 면제 후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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