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60만도시 15만명 동의하면, 시장 해임可
유권자 60만도시 15만명 동의하면, 시장 해임可
  • 이재표
  • 승인 2019.01.23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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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무회의서 주민소환 청구인 줄이고…투표율 조건은 폐지
주민발안‧주민투표도 조건 완화…지방자치만 겨냥한 것은 한계
투표로 레드카드를 던지는 직접민주주의가 강화된다. 주민소환의 청구인수 조건이 완화되고, 투표율 33.3% 이하면 개표도 하지 못하던 조항이 폐지된다.
투표로 레드카드를 던지는 직접민주주의가 강화된다. 주민소환의 청구인수 조건이 완화되고, 투표율 33.3% 이하면 개표도 하지 못하던 조항이 폐지된다.

이론상으로나 가능했던 직접 민주주의가 한 발 더 유권자 앞으로 다가온다. 정부가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제를 대폭 손봤기 때문이다.

투표를 보이콧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됐던 개표 요건은 아예 폐지했다. 그동안은 유권자 3분의 1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야만 투표함 뚜껑을 열었다. 그렇다 보니 안건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대표를 던지기보다 아예 투표장으로 가지 않았다.

획일적으로 적용하던 청구인 요건도 인구 규모에 따라 구간을 차등 적용하는 등 합리적으로 개선했다. 예컨대 충북도지사를 소환할 수 있는 청구인수는 현행 132889명에서 126022명으로 6867명이 줄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창시절 사회시간을 통해 배웠던 직접민주주의(direct democracy)와는 대전제에서 차이가 있다. 교과서에 배운 3대 직접민주주의는 국민투표(referendum)국민소환(recall)국민발안(initiative)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한 직접 민주주주의 모두 지방자치에 대해서다. 주민투표는 주민이 청구할 수 있지만 국민투표는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경우에만 실시된다. 주민소환은 오직 지방자치의 폐단을 막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만 대상이다. 국회의원은 유권자가 소환할 수 없다.

 

투표율 3분의 1이하, 그동안 개표불가

행정안전부는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주민투표법·주민소환법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제는 간접민주주의 즉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우리나라에서 대표적인 직접 민주제 요소로 꼽힌다.

주민투표는 지자체의 중요 현안 결정에 주민이 의사를 표시하는 것이며, 주민소환은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소환하고 해임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주민발안은 1999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지자체에 조례 관련 안을 지방의회에 제출해 달라는 청구만 할 수 있다. 이를 고쳐 주민이 지방자치단체를 경유하지 않고 직접 조례의 제·개정 및 폐지안을 지방의회에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조례안 제출 요건도 현재보다 30% 이상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를 위해 행안부는 주민발안에 관한 법률(가칭)’ 제정안을 11월 중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주민투표와 주민소환은 각각 2004, 2007년에 도입됐지만 그동안 주민투표는 추진 26건에 시행 8, 주민소환은 청구 93건에 시행 8건에 그쳤다. 충북에서 주민소환이 시행된 적은 없다. 주민투표는 20147, 청주시와 청원군의 통합을 앞두고 2012627일 청원군에 한해 실시됐다.

있으나 마나한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것이다. 과거엔 지자체가 조례로 정한 안건에 대해서만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앞으로는 지역에 과도한 부담이 되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모두 주민투표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는 구역 제한도 폐지했다. 지방의회의 동의를 얻으면 시··구나 읍··동 같은 행정구역 단위뿐 아니라 생활권 단위로도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천군 덕산면과 음성군 맹동면에 걸쳐 조성된 충북혁신도시 주민들은 소속 군과 상관없이 자신들의 문제를 결정할 수 있다.

다만 광역자치단체가 다르면 개정된 법으로도 생활권 단위로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없다. 서울 송파구와 경기 성남·하남시 등 3개 지자체로 나뉜 위례신도시가 이에 해당한다.

투표율 3분의1 이상이던 현행 개표 요건은 아예 폐지된다. 이것이 투표 안건을 반대하는 일부 세력의 보이콧 등으로 악용되면서 주민 의사를 왜곡하는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18서울시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는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하고 끝났다. 앞으로는 투표율에 관계없이 항상 결과를 확인한다.

다만 소수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투표권자 총수의 4분의1 이상에 해당하는 인원이 찬성할 때만 안건을 확정한다.

주민소환 청구요건도 인구 규모를 고려해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현행법에서는 인구 규모와 상관없이 청구권자 총수(19세 이상 내·외국인)10~20로 획일화해 인구가 많은 지자체일수록 청구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웠다. 현행은 시·도지사가 청구권자 총수의 10이상, ··구청장이 15, 지방의원은 20였다.

행안부는 아룰 개선해 청구권자 규모에 따라 6개 구간을 설정한 뒤 구간에 따라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청구권자 수가 5만 이하면 15% ▲5만 초과 10만 이하는 7500명에 5만을 넘는 수의 13% ▲10만 초과 50만 이하는 14000명에 10만을 넘는 수의 11% ▲50만 초과 100만 이하는 58000명에 50만을 넘는 수의 9% ▲100만 초과 500만 이하는 103000명에 100만을 넘는 수의 7% ▲500만 초과 지자체는 383000명에 500만을 넘는 수의 5로 했다.

차등기준을 적용할 경우 충북도는 현행 132889명에서 6867명이 줄어든 126022명이면 도지사를 소환할 수 있다.

청주시장 101624명에서 73975(-27649) 충주시장 26530명에서 22455(-4075) 제천시장 17200명에서 15614(-1586) 음성군수 12227명에서 11597(-630) 진천군수 9592명에서 9313(-279)으로 청구인 요건이 줄어든다.

청구권자 수가 5만을 넘지 않는 보은 옥천 영동 증평 괴산 단양 등 6개 군은 변동이 없다.

기존에는 종이로 된 서명부에 자필로 성명이나 주소를 기재하는 방식으로만 주민투표나 주민소환을 청구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오류가 잦다는 단점이 지적됐다. 앞으로는 온라인 서명부에 전자서명을 하는 방식으로도 주민투표 등을 청구할 수 있다.

물론 이와 같은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해야 시행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충북 주민소환 청구인수 기준 변화. 표=뉴시스
충북 주민소환 청구인수 기준 변화. 표=뉴시스

가상의 실험…○○시장 잘라보기

독작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유권자 60만의 가상도시를 조건으로 시장을 주민소환으로 해임해 보자.

19세 이상 투표권자가 60만명인 도시는 50만 초과 100만 이하이므로 일단 정해진 값 58000명에 50만명을 넘는 10만명의 9%, 즉 9000명을 더하면 6만7000명의 서명으로 시장을 소환투표에 부칠 수 있다. 기존에는 15%, 즉 9만명의 서명을 받아야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투표율이다. 현행은 투표권자 60명의 33.3%인 19만9800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해서 유효투표 총수의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했다.

과반수 찬성을 얻는 것보다 어려운 것은 투표율 33,3%. 실제로 소환투표가 이뤄진 8건 가운데 6건은 투표율 33.3%에 못 미쳐 뚜껑도 열어보지 못했다.

바뀌는 법에 따르면 투표율은 중요하지 않다. 청구인 기준인 6만7000명만 서명하면 일단 소환투표가 진행되고 단 1명만 투표해도 개표는 진행된다. 유효투표 중 소환찬성 비율은 중요하지 않다.

예컨대 가상의 도시 투표권자 60만명 중 20%1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고 가정할 경우 투표율과 관계없이 개표가 이뤄진다. 다만 유효투표수의 100%가 소환에 찬성했어도 시장은 해임되지 않는다.

토표권자 총수의 4분의 1이상이 찬성해야만 안건이 확정된다는 규정 때문이다. 즉 청주시장을 해임할 수 있는 최소 유효투표는 15표다.

결론은 나왔다. 유권자 60만 도시19세 이상 6만7000명이 청구인으로 서명하고 15명이 동의하면 시장을 해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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