駐베트남한국대사관 주최 행사장서 꿈같은 깜짝 기타공연
전교조 교사로 겪은 두 번의 해직…두 번의 암 투병 극복해
2월27일 북미정상회담이 시작되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연일 사진과 소식을 ‘타전(打電)’해온다. 스마트폰 하나로 영상도, 사진도 공짜로 전송되는 세상이다. 보이스톡 무료통화로 전달되는 목소리에서 현장의 감격과 떨림이 생생하게 전해진다.
어느 공중파방송이나 외신보다도 생동감 있는 날 것 그대로의 생방송이다. 특파원은 암을 두 번이나 이겨낸 건강전도사이자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 있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종호 씨(이하 박종호 특파원)다. 그는 24일 밤, 세종경제뉴스 하노이 특파원을 자임하며 하노이 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상회담 현장을 보러 베트남에 간다’는 글을 올렸고 ‘세종경제뉴스 특파원을 해달라’고 농담처럼 댓글을 단 것이 ‘박종호 특파원 임명’의 전말이다.
박 특파원은 하노이 파견을 결심하고 명(命) 받은 날로부터 베트남 음식을 경험하는 등 들뜬 날들을 보냈다. 특히 베트남 하노이에 사는 페이스북 친구 ‘히엔(기타리스트)’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베트남 국가(國歌)’ 악보를 구해 연주를 연습하기도 했다.
박종호 특파원은 24일 “하노이로 가는 밤비행기의 차창 밖으로 오리온 성좌가 보인다”는 일신(一信)을 시작으로 성실히 특파원 임무를 수행 중이다.
박 특파원은 28일까지 정상회담장 ‘언저리’를 밀착취재하고, 3월1일에는 주(駐) 베트남한국대사관이 주최하는 ‘3‧1운동100주년기념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후 고단했던 취재일정을 마무리하고 사나흘 관광을 즐긴 뒤 3월5일 귀국할 계획이다.
박 특파원은 도착 직후부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머물게 될 하노이 멜리아호텔과 회담장인 메트로폴 하노이호텔의 현장 분위기를 페이스북 생방송으로 중계했다. 특히 26일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도착 순간과 이동 광경을 뒤쫓기 위해 하노이 음대생(音大生)이 운전하는 ‘오토바이 택시’를 섭외하는 기민한 취재력을 보이기도 했다.
박종호 특파원은 26일 “회담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노이에 왔고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고 밝혔다.
역사적인 회담 첫날은 박 특파원의 인생에 있어서도 잊을 수 없는 역사적인 날이 됐다. 박 특파원은 이날까지 준비해간 거리공연을 하지 못했다. 사회주의국가인 베트남의 경우 ‘국가’를 함부로 연주하는 것이나 불시 거리집회 등이 제재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예상치 않은 순간, 예상치 않은 무대가 박 특파원 앞에 펼쳐졌다. 27일 오후 5시, 베트남대사관 주최로 하노이 대우호텔에서 열린 ‘김덕룡 민주평통 수석부의장 초청강연’에서 축하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박 특파원은 행사직전 헤드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에게도 ‘기타리스트’ 명함을 돌렸고 현장에서 즉석 제안이 이뤄져 공연이 성사됐다. 베트남 페친 히엔이 급히 가져온 기타로 무대에 올랐고, 가요 ‘칠갑산’과 자신이 직접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해 300명에 가까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김도현 주베트남 대사와는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결정적으로 이 사진이 심하게 흔들렸다.)
이날 밤 박 특파원은 히노이의 문화사절이었다, 대우호텔에 숙소가 있는 삼성전자 임원 방에서 2차 연주를 했고, 이어 대우호텔 1층 라운지에서 피아니스트와 즉석 공연을 했다. 또 거리와 식당 등에서 모두 다섯 차례 연주를 하고 늦은 밤 숙소로 돌아왔으니 말이다.
본사(?)와 통화를 한 시간이 현지시각으로 28일 새벽 4시니, 박 특파원으로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셈이다.
박 특파원은 “지금까지도 가슴이 뛴다.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50년 전부터 기타를 손에 쥐기 시작한 것이 이날을 위해서였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오늘(28일)은 우리 민족에게 최고의 날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종호 특파원은 청주고, 공주사대(현 공주대) 국어교육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부터 교편을 잡았으나 전교조 활동 등으로 두 차례 해직됐다. 논술학원을 운영하던 2011년과 2012년, 신장암과 방광암으로 두 차례 죽을 고비를 맞았으나 ‘뉴스타트’라는 생활개선운동과 신앙생활을 시작하면서 극적으로 이겨냈다.
박 특파원은 암 투병인들에게는 유명인사다. 토마토캔닝(병조림) 등 특유의 건강비법이 그동안 여러 차례 방송을 탔기 때문이다. 박 특파원은 50년 동안 곁을 떠나지 않았던 클래식기타를 어깨에 메고 스페인 연주여행을 떠나는가 하면, ‘고목에 피는 꽃’이라는 주제로 세 차례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