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선철도 고속화 추진과 관련해 ‘제천패싱’ 논란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시종 충북지사가 21일 제천시청을 연두 방문했지만 시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충북선과 원강선(원주-강릉선)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제천역을 경유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제천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지사는 이날 오전 예정대로 제천시청 앞에 도착했으나 재래시장 상인 등 200여명이 시청 진입을 가로막아 10여분 동안 밀고밀치는 몸싸움 끝에 간신히 청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시위대는 ‘제천은 죽었다’라고 쓰인 현수막으로 시청 정문을 봉쇄했으며 항의하는 시민과 경찰, 공무원들이 뒤엉켜 일부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은 청사 안까지 따라 들어오면 “청주로 돌아가라”고 고함을 질렀다.
문제는 이시종 지사와 시민들의 눈높이가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제천 주민들은 호남선에서 오송으로 연결된 기차가 충주역 등을 지나 ‘제천 연박역’에서 먼저 ‘제천역’을 통과한 뒤 ‘제천 봉양역을 거쳐 원주로 가는 노선을 바라고 있다. 연박역은 현재 지도상에만 존재하는 간이역이며 제천역으로 가기 위해서는 곡선을 그려야한다.
충북도도 국토교통부에 건의 예정인 4개의 안<그래픽 참조> 가운데 이를 ‘②안’으로 검토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매우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제천역 경유노선을 신설하는데 사업비가 6000억~7000억원 정도 늘어나고, 열차 운행시간도 10분 정도나 더 걸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제천역에서 중앙선이 아닌 태백선(태백~강릉)으로 고속화하는 ‘③안’이다. 이 경우 강원도 최대의 도시인 원주를 거치지 않는데다 사업비가 최대 4조6000억원이나 늘어나 현실성이 없다.
제천역을 경유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열차가 제천역까지 갔다가 정차한 뒤 ‘스위치백(switchback, 지그재그형 선로)’으로 중앙선과 연결하는 ‘④’안이다. 하지만 이 역시 운행시간이 15분 정도 늘어나는 만큼 ‘강호축을 최단시간으로 연결한다’는 사업 취지에 어긋난다.
충북도가 복안으로 생각하는 ‘①안’은 제천 봉양역에서 바로 원주로 연결하는 방법이다. 이 지사는 “정부가 제천역 경유를 검토조차 하지 않는데다 솔직히 제천 봉양역 경유도 만만치 않지만 봉양역 경유만은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제천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봉양역도 제천에 있는 만큼, 기존 제천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발전축을 만들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지사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충주에서 최단거리로 원주를 연결하는 노선이다. 이럴 경우 ‘연박‧봉양‧제천’ 등 제천에 있는 3개 역은 강호축 선상에서 사라진다.
이 지사는 “봉양역의 이름을 서제천역으로 바꾸면 제천은 2개의 역을 활성화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오히려 불붙은 민심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되고 말았다. 도민과의 대화 질의응답은 당초 10분 동안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질의가 쏟아지면서 답변에만 30분을 넘겨야했다.
충북선철도 고속화사업은 충북선 철도 중 오송~제천 구간 78㎞를 1조5000억원을 들여 시속 230㎞로 고속화하는 것이다. 그러나 노선이 철도교통의 중심지 제천역을 경유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천 봉양역 경유 또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제천 시민의 반발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