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 여고생 살인사건...부실한 초기 수사 '도마 위'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부실한 초기 수사 '도마 위'
  • 박상철
  • 승인 2019.06.23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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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그것이 알고 싶다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 재조명
사진=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사진=그것이 알고싶다 홈페이지

2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18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사건,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이 방영된 가운데 초기 수사와 현재 미제 사건 조사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났다.

당시 담당을 맡았던 영동경찰서는 공사현장 인부와 학교 친구 등 57명에 달하는 관련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벌였다. 경찰은 최초 시신 발견자인 공사장 작업반장을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러나 그는 살인과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가 없어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났고 결국 이 사건은 18년이 지난 현재까지 장기미제로 남아 있다.

2014년 이 사건과 관련해 처음 방송을 내 보낸 이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취재 팀은 그날을 기억하는 한 제보자와 연락이 닿으면서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을 재조명했다. 몇 번의 설득 끝에 만난 제보자는 당시 초등학생이던 자신이 공사장 옆 가게에서 일하던 한 여성에게 말을 걸었고, 가게에서 나온 여성이 그 남자와 함께 걸어가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실제 제보자는 방송 이후 지난해 직접 영동경찰서를 찾아 자신의 기억을 진술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형사들은 "그러면 화장실에서 발견되어야 하는데 공사장에서 발견됐다"며 제보자의 진술을 의심했다. 이후 제보자는 자신의 기억이 너무 어린 나이의 기억이라며 스스로 신뢰감을 갖지 못했다고 한다. 수사에 대한 아쉬움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제작진은 당시 수사기록을 어렵게 입수해 원점에서부터 검토하던 중 현장 인부들 가운데 어떠한 조사도 받지 않고 정보가 부족했던 인부 김목수를 발견하며 영동경찰서 관계자에게 취재를 요청하자, 한숨을 내쉬며 "또 '그것이 알고싶다'냐. 모든 사람이 잊고 편안하게 사는데 아픔을 다시 또 상기시키는 그런 일이 된다"며 취재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막내 형사로 일했던 형사 역시 "그때는 심부름만 하던 때였다. 복사만 한 1년 해야 된다. 찌꺼기 막내였다. 기억이 하나도 없다"며 자리를 떴고, 또 다른 당시 수사 형사는 "그 방송의 취지가 범인을 잡아주려고 하는 거냐. 아니면 그냥 흥미 위주로 가는 거냐.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무슨 단서가 있느냐"라며 격양된 모습을 보였다.

이번 방송이 나간 이후 영동경찰서가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가하면 네티즌들은 “그것이 알고싶다가 밥상을 차려줘도 못 먹냐?”, “앞으로 어떻게 경찰을 믿겠냐”는 등의 비난 글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영동 여고생 살인사건'은 지난 2001년 3월, 충북 영동군의 한 신축 공사장 지하창고에서 변사체가 발견된 사건이다. 발견된 시신은 충격적이게도 양 손목이 절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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