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음주단속에 "1차에서 끝" 대리·택시 '호황' 상인 '울상'
아침 음주단속에 "1차에서 끝" 대리·택시 '호황' 상인 '울상'
  • 뉴시스
  • 승인 2019.07.14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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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윤창호법·주 52시간 근무로 밤 문화 변화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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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주의 공무원 김모(50)씨는 요즘 저녁 자리가 있을 때마다 관공서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퇴근한다. 기존엔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불러 귀가했으나 이제는 택시를 타는 게 일상화됐다. 자칫 아침 출근길 '숙취 단속'에 적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아침에 술이 덜 깬 상태에서 운전을 했으나 지금은 술자리가 있을 때마다 속 편하게 택시로 출퇴근을 한다"고 했다.

 # 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근무하는 회사원 홍모(40)씨는 시곗바늘이 오후 6시를 가리키자마자 서류 가방을 싼다. 혹여 직장 상사가 '소주' 한잔을 하자고 권할까봐 서둘러 집으로 향한다. 그는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로 가족과 저녁을 보내는 시간이 부쩍 늘었다. 홍씨는 "야근과 회식 등으로 한동안 가족에게 소홀했다"며 "요즘엔 아이들과 저녁 운동을 함께하는 재미로 지낸다"고 했다.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과 주 52시간 근무 확대로 삶의 패턴이 바뀌고 있다.

 '딱 한 잔'만 마셔도 음주 수치가 나오는 탓에 회식자체를 하지 않거나 2차 자리를 피하는 등 술 문화가 눈에 띄게 간소화해지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 확대로 소비가 늘어날 법도 하지만 직장인들의 지갑은 오히려 더 닫혔다. 윤창호법 시행과 맞물려 회식을 피하고 일찍 집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 저녁을 보내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족이 급속도로 증가한 까닭이다.

특히, 지난달 25일부터 시행된 '제 2윤창호법'은 직장인들의 밤 문화를 180도 바꿔놓았다.

지난해 9월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숨진 윤창호씨의 이름을 딴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및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음주운전 처벌과 기준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중 제1 윤창호법이라 불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은 지난해 12월18일 개정 시행됐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위험운전치사)를 냈을 땐 1년 이상 징역에서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으로 법정형이 강화됐다.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땐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1년 이상 1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강화됐다.

지난달 25일 시행된 제2 윤창호법(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음주운전 적발기준을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면허정지 ▲0.08% 이상 면허취소로 올려놓았다. 성인 남성 기준으로 소주 한 잔만 마셔도 나오는 수치다.

때문에 대리운전 업계가 모처럼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 대리운전 기사는 "이른 저녁에 대리운전을 부르는 콜이 부쩍 늘었다"며 "최근 들어 아침에도 대리를 부르는 고객이 생겨나고 있어 콜 기계를 24시간 켜놓는다"고 전했다.

택시기사들도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아침 숙취운전 단속을 피해 아예 차를 직장에 세워놓고 택시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반대로 '불황'을 호소하는 대리운전 기사들도 있다. 충북 음성의 한 대리운전 기사는 "거리가 다소 먼 지역의 경우 술자리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일찍 귀가해 집에서 '혼술'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불평했다.

최근 괴산에서 청주까지 대리운전을 부른 한 직장인은 "기존엔 7만원을 받았으나 윤창호법 시행 후 10만원까지 '웃돈'을 줘야 대리기사가 온다"며 "콜 자체가 적어지다보니 한 번에 큰 액수를 요구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한 달 새 매출이 뚝 떨어진 상인들도 울상이다. 지난해 7월부터 관공서와 300인 이상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 근무가 시행되면서 가족과 함께 저녁을 보내는 문화가 형성된 데다 최근 음주운전 기준까지 강화되면서 회식 자리를 찾는 직장인들이 눈에 띄게 감소한 탓이다.

청주시 봉명동에서 노래연습장을 운영하는 최모(58·여)씨는 "2차로 노래방을 오는 직장인들이 한순간에 사라졌다"며 "음주운전 단속 강화도 좋지만, 그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상인 처지도 고려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기엔 아직까지 '옛버릇'을 버리지 못한 음주운전자가 말썽이다.

지난달 25일 제2 윤창호법 시행 이후 이달 11일까지 17일 동안 충북지역에서만 144명이 음주운전에 적발됐다.

이 기간 하루 평균 8.5명으로 올해 하루 평균 12명보다는 감소했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숫자다. 현재 관공서 입구 앞에서만 간헐적으로 실시하는 아침 숙취단속을 일반 도로로 확대할 경우 훨씬 많은 적발자가 예상된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음주단속 강화 이후 매출 감소를 겪는 상인들의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면서도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제정된 법인 만큼 앞으로도 음주운전 단속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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