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잃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1인 시위 나서
일자리 잃는 시각장애인 안마사, 1인 시위 나서
  • 이민우 기자
  • 승인 2020.12.01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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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非시각장애인 안마사에 대한 예외없는 처벌은 부당“
대한안마사협회 “의료법에 명시된 안마사 규정 지켜져야”
발 벗고 나선 시각장애인 1인 시위 진행...전국 각지 확대
규모 커진 불법 무자격 마사지 업소...신고해도 처벌 어려워

충북 지역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1인 시위에 나섰다. 

대한안마사협회 충북지부는 청주지방법원 앞에서 불법 무자격마사지 시술소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할 것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지난 9월 서울중앙지법이 의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불법 무자격마사지 시술소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 9월 22일, 시각장애인이 아닌 무자격 안마사를 고용, 안마 행위를 하도록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마사지 시술소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안마사 규칙이 안마 범위를 포괄적으로 해석함으로써 비시각 장애인들의 직업선택 자유를 침해했다는 것.

재판부는 "자격 안마사에게만 허용된 안마의 범위가 모든 안마를 포괄한다"며 "이 같은 규정은 가벼운 안마 행위마저 무자격 안마로 처벌함으로써 의료법의 위임 목적과 취지에 반한다"고 했다.

안마·마사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최 부장판사는 "근래에는 안마·마사지 시장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종사자는 1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지만 자격안마사는 1만 명도 되지 않는 상황을 고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마사 규칙은 비시각 장애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했고, 나아가 국민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마저 침해해 유·무죄 판단의 근거 법령으로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의료법에 따르면 안마사는 시각장애인만 가능하다"며 "안마사 제도는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법적 보장을 받아온 우리의 자립기반이자 정당한 권리다"고 반박했다.

현행 의료법상 안마사는 시각장애인 중 시·도지사에게 자격인정을 받아야 하며 무자격 안마업을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김현수 대한안마사협회 충북지부 이료위원장은 "충북에는 400명이 넘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번 무죄 판결은 우리 시각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사회활동을 침해하는 것"이라 말했다.

앞서 비시각 장애인들은 시각 장애인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주는 의료법에 대해 2008년부터 4차례 헌법소원을 청구했지만, 사법부는 모두 이 의료법이 정당하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또 사법부는 지난 2017년 손님에게 돈을 받고 일반 직원을 시켜 어깨와 등을 주무르는 안마 시술을 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된 마사지업체 운영자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 대한안마사협회

대한안마사협회 시각장애인들은 이번 서울중앙지법의 무죄 선고에 반발하여 경기, 인천, 대구, 경남 등 전국 각지에서 무기한 릴레이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 중 충북지역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박정운 대한안마사협회 충북지부장을 만났다.

[인터뷰] 박정운 대한안마사협회 충북지부장

박정운 대한안마사협회 충북지부장 / 사진 = 이민우
박정운 대한안마사협회 충북지부장 / 사진 = 이민우

 

무기한 1인 시위 무엇 때문에.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마사지 시술소 대표의 유죄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여태까지 우리는 안마업에 종사하며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경제활동을 해왔습니다. 안마를 공부하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안마시장에서 시각장애인들이 밀려나는 것을 더이상 지켜볼 순 없습니다.”

판결 근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법원은 불법 경제활동 안마사 규모를 10만 명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정확한 추산이 아닐뿐더러 이 중에는 불법체류자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국 시각장애인은 모두 25만 명입니다. 그들 때문에 우리나라 국적을 가지고, 경제활동을 하는 시각장애인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재 대한안마사협회 충북지부는 400명에 달하는 회원이 있다. 하지만 이 중 안마사로 경제활동을 하는 비율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지부에 따르면 연도별로 2017년에는 59%, 2018년 47%, 2019년 36%의 회원이 경제활동을 하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충북지역 안마원도 37곳인 반면, 불법 무자격 마사지 시술소는 지부가 파악한 것만 150여 개에 달한다. 박정운 지부장은 “지부 회원들의 신고로 집계된 것만 이 정도”라며 “현재 불법 마사지 시술소가 너무 많아져 파악할 수 없는 지경”이라 했다.

불법 마사지 시술소의 규모가 커지며 사법당국도 손 대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박 지부장에 따르면 신고를 받은 한 경찰관은 “불법 마시지 시술소의 규모가 커지면서 수사하기 부담스럽다”고 했다며 “불법체류자들이 안마업에 종사하는 것도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제보했으나, 인력난으로 단속이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 답답하다”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또한 문제다. 지난 5월 지급된 긴급 재난지원금은 마시지업소, 안마시술소 등에서 사용을 제한했다. 이로 인해 불법을 피하려고 위생업종이 아닌 미용업, 화장품업 등으로 등록을 한 편법을 쓴 불법 무자격 마사지 업소만 혜택을 봤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만난 충북지역 시각장애인 안마사들은 “기초생활 수급자로 생계급여를 받아 생활하는 것보다 경제활동을 하며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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