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극장] 벽화 작가 이종구 어르신 (3)
[인생극장] 벽화 작가 이종구 어르신 (3)
  • 박영근 기자
  • 승인 2023.07.03 10: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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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부족했지만 그림과 함께 행복한 부자
하루 5시간 자고 나머지는 그림 공부과 그리기 소일

 

간판집을 접고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의 길로 들어섰지만, 현실적인 생계 문제가 앞을 가로막았다. 고정적인 수입은 매월 국민연금 수령액 25만원이 전부였다. 아내가 요양보호사로 활동하면서 생계에 보탬을 주었지만 넉넉지는 않았다. 별다른 수입 없이 1년 이상을 보냈다.

간판집을 할 때 수천만원 빚을 졌다. 넉넉지 않은 살림에 빚까지 갚아야 했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집에서 무위도식하고만 있을 수 없었다. 건축 공사장에서 날품을 팔았다. 간판일 경력을 살려 다른 간판집에서 일을 도와주기도 했다. 벽화를 그려달라는 의뢰가 들어오면 그려주고 수고비를 받았다. 그렇게 번 돈으로 살림에 보태고 빚을 갚아 나갔다. 그러면서도 그림은 손을 놓지 않았다.

2016년경 사직1동 주민센터 문화교실에 문인화반이 개설되면서 강사로 일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일은 또 다른 영역이었지만, 평생 그림을 그려온 경력과 노하우에 있었기에 어렵지는 않았다. 보람이 있었고 자긍심도 들었다.

하지만 강사비는 많지 않았다. 한편으로 블로그, 페이스북, 밴드에 자신의 그림을 올려 팔았다. 도자기에 그림을 그려 넣어 팔기도 했다. 많지 않은 수입을 생활비에 보탰다.

경제적으로는 궁핍했지만 정신적으로는 그림과 함께 행복한 부자였다. 돈을 벌라치면 애당초 화가의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다. 돈을 번다는 생각보다 그림 그리는 게 좋아서 평생 그림과 함께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사직1동 재개발구역에 벽화 그리는 일을 계속했다. 그렇게 그린 그림은 현재까지 산수화, 풍속화, 문인화 수백 점에 이른다. 건물 철거 작업이 진행되면서 벽화도 사라졌지만, 예술은 길다는 말이 있듯이 그 그림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종구 어르신의 마음속에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바윗돌 같은 존재들로 남아 있다.

그리고 아직도 그림을 그려 넣을 건물 외벽이나 담장 캔버스는 많이 남아 있다. 이종구 어르신은 곧 없어질 운명에 상상과 꿈을 새겨넣어 부활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그것은 어쩌면 사명일 것이다. 평생을 그림과 함께 살아온 그에게 그의 작품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눈앞의 현실은 중요하지 않다. 그림을 그려 넣을 수 있는 공간과 건강만 허락한다면 그의 작품 활동은 계속될 것이며, 그렇게 그려놓은 작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은 화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이다.

평생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게 살아온 삶, 딸자식을 먼저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아버지의 상심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그림 그릴 때 느끼는 정신적 평안함과 희열 덕분이었다. 그게 바로 벽화 작가 이종구 어르신의 인생 성적표다.

남은 삶 동안에도 지금처럼 그림을 그리면서 살아가는 게 소망이라는 이종구 어르신. 하루 5시간 정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은 그림 공부와 그림 그리기로 보내고 있다. 이 정도면 프로페셔널하지 아니한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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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리 2023-07-03 11: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