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영 칼럼] 알코올 중독에 대하여
[박종영 칼럼] 알코올 중독에 대하여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7.07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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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료원 박종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청주의료원 박종영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술 문제를 가진 사람을 주변에서 흔히 보지만, 자신이 알코올 중독이라고 인정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다른 내외과적 질환 특히 암과 같이 어떤 수치나, 영상으로 진단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술을 먹는 패턴에 대한 조사를 통해 여러 가지 기술적 진단 도구가 있기는 하지만, 설문지를 작성 시 솔직하지 못함, 기억의 오류 등으로 검사지 결과의 오류가 많다.

 흔히들 술 먹는 양이나 빈도가 높으면 알코올 중독이라고 생각한다. 매일 하루 소주 한 병 먹는 환자가 다른 사람은 매일 소주 두병 먹는 사람이 중독자지 자신은 중독자가 아니라고 한다. 30년 동안 소주 4-5병을 매일 먹다가 60세가 넘어서 소주 한 병으로 양을 줄였다고 자신은 중독이 아니라고 한다.

 알코올 중독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술로 인해서 인생에서 소중한 것을 얼마나 잃어 버렸는가이다. 행복해지는 것이 인생의 목적이라고 하면, 행복을 위한 가장 중요한 조건은 건강, 직장(돈), 대인관계이다. 아무리 돈이 많고 가족에서나 직장에서 좋은 사람으로 평가 받는 다고해도 건강이 나쁘면 불행해진다. 다른 경우도 마찬가지로 이 세 가지가 얼마나 충족되고 있는 가가 행복을 예견할 수 있는 주요 인자들이다. 

 알코올 중독자들은 술로 인해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정도는 다르지만 손상을 받는다. 

 술로 인해서 점점 간이 나빠져도 계속 술을 먹고 당뇨가 생겨도 계속 먹고 치매가 생겨도 계속 먹으면 이는 확실한 중독이다. 술로 인해서 직장에 지각하고 업무에 영향을 받고 심지어 잘리기도 하고, 사업하는 사람이면 술로 인해서 금전적 손해를 보고, 주부이면 술로 인해서 집안에서 해야 할 일들을 소홀이 하면 이는 중독이다. 술로 인해서 부인이 걱정하고 잔소리 하고, 부인과 이혼하고, 심하면 누구를 때려서 관계를 악화 시키고, 가까운 사람마저 다 떠나가면 이는 중독이다. 

 중독이 얼마나 심한지는 술 먹는 양보다, 술로 인해 인생에서 손해 본 것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심각성을 나눌 수가 있다.

 안타까운 것은 잃은 것이 조금일 때는 '내가 문제는 있는데. 그래도 설마 알코올 중독이 아닐 거야.' 하면서 도움을 받지 않고, 이미 많이 잃어버리면 잃어 버린 것이 너무 많아서 포기해서 자발적으로 도움을 받지 않는다.

 알코올 중독은 당뇨나 혈압 같이 만성병이면서 암과 같이 진행성병이다. 만성병이라는 말은 한 번에 회복 되지 않고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고, 진행성이라는 것은 빨리 치료하면 경과가 좋고 치료 하지 않으면 악화될 가능성이 많다는 말이다.

 술로 인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되면, 혼자 고민하지 말고 빠른 시일내에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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