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희의 茶이야기] 차(茶)란 무엇인가
[박숙희의 茶이야기] 차(茶)란 무엇인가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8.0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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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차문화협회 박숙희 충북지부장] 예나 지금이나 한자는 까다롭고 어려운 글자이다. 옛 어른들은 보다 쉽게 한자를 익히도록 편의상 조각내어(破字) 쉽고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했다.

88세를 미수(米壽)라고 하듯이 108세를 ‘다수(茶壽)’라고 불렀다. ‘차(茶)’를 조각내면 윗부분은 열 십(十)이 두 개이니 이십(20), 아랫부분은 八十八(88)이 되니 두 가지를 합치면 108이 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차를 오랫동안 마시면 장수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를 뒷받침해 주듯이 세계위생기구에서 노년과 장년에게 가장 좋은 음료로 차를 선정하기도 했다.

중국 대엽종 차나무(보이차용)

차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모든 음료를 가리키는 총칭이리라. 심지어 커피를 차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차는 원래 차나무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소나무를 ‘솔’, 대나무를 ‘대’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

차나무 잎을 가공한 마실거리를 일반적으로 ‘차’라고 불러야 하니, 엄밀히 말하면 차나무 잎이 들어가지 않은 것은 차가 아니다. 그러나 차나무가 아열대 식물로 일부 남부지방에서만 재배되다 보니 우리 선조들은 이를 확대시켜 필요량도 충족시키고 발달된 미각도 돋울 겸 차 대신 마시는 음료, 즉 감잎차, 뽕잎차, 유자차, 인삼차 등등을 다양하게 개발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중국 중엽종 차나무(오룡차용)

차는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차의 원산지인 중국에서 전설처럼 전해지는 농업과 의학의 신 신농(神農)이 찻잎을 해독제로 사용한 이야기, 명의(名醫) 화타의 아버지가 화타에게 약방문의 일부를 차나무에 담아 전해주었다는 이야기 등은 신비로운 약초로 차를 먹기 시작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쌉싸름한 쓴맛을 가진 찻잎은 고단한 삶의 피로감을 풀어주고 활력을 주는 것은 물론 잘못 먹은 음식의 독소를 없애고 두통, 감기나 배탈 치료 등에 활용되었다.

찻잎은 약효를 간직하고 있다는 이로움과 함께 식생활의 재료로 활용도가 넓어지게 된다. 쓴맛을 중화시키려고 곡물을 조금 섞어 끓여 먹어 보니 건강에도 이롭고 맛도 좋아 차죽을 끓여 시장에 내다 파는 일도 생겨났다. 효용성의 확대로 간편히 즐길 수 있는 방법이 고안되며 당나라 때부터는 드디어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음료로 자리 잡는다.

우리나라 소엽종 차나무(녹차용)

좋은 물은 삶의 필수 요건이므로 차는 단순한 음료 이상의 생명의 물로 교역과 문화의 중심이 된다. 차마고도라는 동서양을 잇는 길을 만들고, 차 제조법, 도자기, 다실, 의례, 다법, 교육 등 다각도로 확대되며 현재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되고 있다.

차는 쓰고 떫고 시고 짜고 단 다섯 가지 맛을 갖고 있다. 처음 차를 먹으면 쓴맛이 주로 느껴지지만 일주일쯤 먹다 보면 달착지근한 맛이 매력적이고 은근히 만족감을 준다. 차의 맛은 인생에 빗대어 표현하기도 한다. 쓴맛은 인생의 괴롭고 고생스러운 일, 떫은맛은 실수하고 잘못한 일, 신맛은 오만하게 거들먹거리고 건방을 떤 일, 짠맛은 알뜰살뜰한 일상의 일, 단맛은 즐겁고 행복한 일. 차 한 잔에 인생을 담아 많은 시문을 낳는 산실을 이루기도 했다.

중국 대홍포 차나무

음료로써 차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차나무의 품종, 제다법에 따라 1,000종류, 1,500종류, 3,000종류로 사람마다 나누기도 한다. 이 많은 종류들을 발효한 정도에 따라 우려낸 물빛을 이름삼아 여섯 가지로 크게 구분하여 ‘육대다류(六大茶類)’라고 한다.

비발효차인 녹차, 발효도에 따른 물빛 이름을 딴 백차, 황차, 청차, 홍차, 흑차. 조금씩 다른 색과 향으로 우리의 오감각을 은은히 일깨우는 듯 가라앉히는 듯 멋스러운 정취를 준다. 옅고 투명한 연두빛의 물 녹차. 한 모금 입에 물면 아련히 느껴지는 자연의 편안한 숨소리. 그래서 예부터 우리 선조들은 다도(茶道)라 지칭하며 음료의 기능을 넘어 인성교육의 중요한 정점으로 삼았나 보다.

인성을 가르치는 차문화예절지도. 그 지도자들이 많이 배출되어 우리 고장의 자랑스러운 선비정신이 더욱 빛나기를 기대해 본다.

 

박 숙 희 한국차문화협회 충북지부장

▶ 충북대 평생교육원 인성차문화예절지도사 강사

▶ 한문교육학 박사

▶ 서일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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