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르포] 활개치는 난개발, 병드는 세종시
[기획르포] 활개치는 난개발, 병드는 세종시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8.02 1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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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적한 마을까지 침투한 세종시 난개발 문제, 대안은 없는가

[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세종시 외곽을 중심으로 무분별한 난개발이 횡행하고 있다. 생태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의 기치가 무색할 만큼 세종시는 지금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진행 중인 난개발을 비롯해 눈독을 들이는 업체들의 개발계획까지 포함하면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는 평이다. 난개발로 병들어 가는 세종시의 문제와 그 대안을 살펴봤다.

세종시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전원주택개발단지/사진 김승환기자

난개발 시한폭탄...“예고는 없다”

 며칠째 폭우가 이어지던 지난 달 초 세종시 연동면 노송리 주민들은 아찔한 상황을 겪었다.인근 5,000㎡의 전원주택단지 절개지가 집중호우로 무너지면서 빗물과 토사가 마을 상가를 덮쳤다. 겉잡을 새없이 밀려든 빗물과 토사로 상가는 삽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황급히 몸만 피한 주민들이 다시 돌아와 토사를 퍼냈지만 본래 모습을 되찾기까지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자칫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아찔한 사고였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번 산사태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였다”고 입을 모아 성토했다”

토사로 묻힌 세종리 연동면 노송리 상가/사진=세종난방연

 최근 세종시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이렇게 산을 절개해 조성한 전원주택단지를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가파르게 산을 자르고 파헤쳐 놓은 전원주택 개발지는 벌겋게 살을 드러낸 채 호우에 노출돼 있다. 30년 넘게 세종시 금남면에 살고 있다는 주민 김 모 씨는 “ 최근 마을 주변으로 정체모를 전원주택단지들이 부쩍 늘었다”며 “ 벌채를 하고 산을 건드려놓았기 때문에 잦은 비로 물이 스며들면 토사의 공극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세종시 장군면에 살고 있는 황 모 씨도 최근 마을 한가운데 조성된 다세대주택단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숲이 울창했던 마을 야산은 온 데 간 데 없고 대신 회색건물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비만 오면 주택단지에서 흘러내리는 토사 때문에 가족들이 불안에 떨고 있습니다. 중장비가 들어와 일사천리로 공사가 진행돼 이런 주택단지 조성되는지 주민들도 알지 못했습니다.”

 

악화일로 난개발..편법도 다양해져

 세종시 난개발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강을 끼고 있는 금남면, 장군면일대 난개발은 가열양상마저 보이고 있다. 세종시 외곽 부강면, 연서면, 연동면, 연기면 네 지역도 무분별한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세종시 곳곳에서 자행되고 있는 난개발은 어떤 형태로 이루어질까?

 세종환경련 박창재 사무처장은 편법 형질 변경을 가장 일발적인 유형으로 꼽았다. 그는 “관광농원,개간,버섯재배사,태양광발전시설 등의 허가를 취득한 뒤 형질변경을 통해 전원주택이나 공장,축사를 짓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고의로 임야를 훼손해 형질 변경을 꾀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라고 심각성을 전했다.

세종시 난개발의 심각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세종환경련 박창재 사무처장/사진 김승환기자

 쪼개기식 개발도 독버섯처럼 번지고 있다. 개발이나 인·허가가 불가한 지역을 작은 면적으로 쪼개 인·허가를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연기면에 살고 있는 최 모 씨는 “조용하던 마을 한 가운데 뜬금없이 원룸이 들어선 뒤로 아름답던 마을 경관이 제 모습을 잃었다”며 “도로나 상수도 시설도 없이 어떻게 주택단지가 들어선 건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비가 잦은 우기의 경우 산지 개발을 금해야 하지만 여전히 난개발이 세종시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세종시의 한 건설업자는 “우기에 임야를 파헤치는 일은 시한폭탄을 심어 놓는 것과 다름 없다”며 “난개발 현장을 중심으로 관계기관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우후죽순 난개발 방지...“시민이 나섰다”

 국회와 청와대 이전이 회자되고 전국 유일 부동산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세종시를 탐내는 개발업체의 관심도 늘고 있는 상황. 우후죽순으로 번지는 난개발을 막기 위해 세종시 10개 시민단체가 손을 잡았다. ‘세종시 난개발 방지와 자연보전을 위한 시민연대(이하 세종난방연)’를 결성해 시민 위주의 적극적인 감시와 대책마련에 나섰다.

전원주택개발을 위해 산을 깎아낸 절개지가 위태롭다/사진 김승환기자

 세종난방연은 쉽게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현행 인허가 방식을 꼬집었다.난방연은 세종시 정무부시장과의 면담을 통해 “난개발을 방지를 위한 도시계획심의원회에 시민단체나 환경단체의 참여가 필요하다” 며 “시가 지원하는 ‘난개발방지 시민감시단’을 운영하고 이를 위해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세종난방연 박창재 집행위원장/사진 김승환기자

세종난방연 박창재 집행위원장은 “난개발 방지를 위한 지자체장의 행정조치”가 명기된 국토계획법 조항을 언급하며 “난개발을 막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 위원장은 현재 제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력한 ‘난개발 방지 조례개정’을 예로 들며 엄격한 도시계획조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관계공무원 수가 적다보니 엄격한 인·허가 심사가 쉽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 인력을 보강해서라도 엄중한 실태조사와 단속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무인력이 부족하다면 시민단체나 주민들과 공조해 인·허가 여부를 가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봅니다.”-세종난방연 박창재 집행위원장

 

전국 지자체 최초...세종시 ‘성장관리방안’ 마련

 세종시도 들불처럼 번지는 난개발을 잡기 위해 진화에 나섰다. 자연과 도시가 어우러진 쾌적한 도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전국 최초로 '성장관리 방안'을 수립해 8월 중 시행한다. 성장관리지역은 세종시 외곽 6개면(연기, 연동, 부강, 금남, 장군, 연서면)일대로 약 54㎢에 해당하는 지역이 대상에 포함됐다.

 우선 관련 규정을 회피할 목적으로 관광농원, 버섯재배사, 제재소, 개간 등의 명목으로 허가를 받아 임야를 절취, 훼손하는 경우에는 향후 10년간 주택단지 등의 타용도로 전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도로에 할애된 현재 3m의 도로를 6~10m폭으로 확장토록 하고, 여러 차례에 걸친 쪼개기식 개발은 전체를 합산해 개발규모에 적합한 도로 폭을 확보하도록 했다.

 주거밀집지, 주요도로변, 중점경관관리구역에서는 도축장, 도계장, 고물상, 폐기물처분시설을 제한하는 기준도 신설했다. 도로변 미관훼손 방지를 위해 석제품 제조업, 야적장, 채석장 등의 환경위해 시설 인허가 역시 불허키로 했다.

 숙제는 여전히 있다. 세종난방연 박창재 집행위원장은 “쪼개기식 개발을 막을 수 있는 현장 전문성과 현장 확인이 면밀히 이뤄져야 된다”며 “생태도시 조성이 그저 구호가 아닌 세종시의 확실한 지향점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강력한 법망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난개발 신고전화 개설,난개발 시민감시단 운영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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