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설 돈까스… 별이 5개”
“만년설 돈까스… 별이 5개”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8.21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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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서문동 펭귄 돈까스

[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청주 서문동 ‘펭귄 돈까스’를 보자 잠시 추억에 잠겼다. 어릴 적 외식할 때면 주로 즐겨 먹던 게 돈가스였다. 시골에 살았던 기자는 경양식 레스토랑에 가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레스토랑에 들어서면 가지런히 쓸어 올린 머리에 정갈한 옷을 입은 주인장이 반갑게 맞아줬다. 가게 내부는 어두웠지만 근사한 양초로 빛을 밝혀 분위기가 꽤 좋았다. 사람 수에 맞게 나이프와 포크가 전달된다. 돈가스가 나오기 전 주는 수프는 맛이 있든 없든 달게 먹었다. 돈가스가 곧 나올 것이라는 기대가 컸던 탓이다. 그땐 그랬다.

기원을 보면 돈가스는 일본에서 변형된 양식을 우리나라가 가져다 쓰고 있다. 최근 백종원이 한 프로에서 돈가스를 처음 만든 일본의 한 식당을 찾아가 화제였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돈가스에 밥이 곁들여져 나오고 김치에 단무지까지 주니 ‘경양식’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어 보인다.

펭귄 돈까스의 대표 메뉴인 '만년설 돈까스'. / 김승환 기자

서론이 길었다. 다시 장면을 펭귄 돈가스로 옮긴다. 김상훈(26) 대표가 가게의 주력 메뉴를 몇 개 선보였다. 그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돈가스다. 돈가스 위로 치즈가 수북이 쌓여있다. 이름이 참 재밌다. ‘만년설’이란다. 치즈가 만년설처럼 돈가스를 뒤덮고 있다고 해 그렇게 지었단다. 한 입 베어 물어보니 입 안에 두툼한 돈가스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묵직했다. 직접 공수해오는 신선한 생등심을 무려 160g이나 쓴다고 했다. 고기를 잡은 지 이틀 이상 된 것은 모두 폐기한다. 이 같은 행동은 ‘신뢰’의 문제라 생각해서다. 김 대표의 얼굴에서 자긍심이 느껴졌다.

김 대표는 “8500원 가격대에 이 정도 질 좋은 돈가스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며 “장사를 하는 입장이지만, 돈을 많이 남기기보다는 가게를 찾는 손님들의 기억에 좋은 인상을 심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학창 시절 별명이 펭귄이었는데, 친근한 이미지로 느껴져서 음식 이름을 정할 때도 접목을 시켰다”고 말했다.

만년설 돈까스를 깻잎에 곁들여 먹으면 또다른 맛이 난다. / 김승환 기자

호응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각종 포털 블로그에 노출돼 있는 펭귄 돈까스의 ‘만년설 돈가스’에 대한 후기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치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찾아 먹어볼 만하다.

펭귄 돈까스는 돈까스 뿐만 아니라 파스타 종류도 다양하다. 가게 대표 파스타 메뉴인 '상하이 파스타'. / 김승환 기자

상하이 파스타는 만년설 돈가스와 곁들여 먹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약간 느끼한 돈가스의 맛을 매콤한 파스타가 잡아줬다. 일반 파스타와는 차이가 났다. 짬뽕과 태국의 ‘파타이’의 중간 맛이랄까. 매콤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었다. 쉽게 말해 우리 입맛이었다.

김 대표는 “처음 메뉴가 나왔을 때는 홍콩 파스타라고 소개했었는데, 느낌상 상하이라는 단어가 적합할 것 같다 이름을 바꿨다”며 “9000원에 170g의 퓨전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구성에 대해 묻자 ‘전략적인 조합’이라고 김 대표는 답했다. 치즈의 고소함과 파스타의 매움. 두 메뉴를 찾는 주 고객 연령대는 20~30대이지만, 재방문율이 높은 연령대는 40~50대라고 했다.

펭귄 돈까스 김상훈 대표가 인터뷰를 마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김승환 기자

음식을 만드는 과정이 보이는 오픈형(Open) 주방이어서 나름의 재미도 있었다. 주인장이 직접 요리하는 것을 보니 신뢰가 갔다. 아무래도 주인장이 나이가 젊다 보니 손님들과 소통도 원활하게 이뤄졌다. 인상도 서글서글하고 붙임성도 있어 단골손님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하나를 만들어도 정성이라 생각한다”며 “요리하는 게 귀찮아진다면 조리복을 벗어야 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돈가스 맛에 나름 자부심이 있다”며 “음식도 하나의 문화이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이윤을 남기기보다는 문화적으로 손님들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펭귄 돈까스는 청주시 상당구 상당로 59번길 37-6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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