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단상] 양성민 변호사
[법률단상] 양성민 변호사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8.23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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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사무소 진 양성민 변호사

[법률사무소 진 양성민 변호사] 법정 출석을 위해 넥타이를 메고 사무실을 나서는 순간 숨이 턱하고 막혀온다. 며칠째 계속되고 있는 폭염속에서 사무실에서 법원을 오가는 짧은 거리를 걸으며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줄 아이스크림 생각이 절실하다.

사시사철 맛볼 수 있지만, 무더운 여름철에 더욱 각별하게 다가오는 아이스크림은 누구나 좋아하고 어렸을 적 한두가지의 추억을 가지고 있을 여름철 국민간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지난 8일 흥미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아이스크림에 대해 가격 정찰제를 시행하여 포장지에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 7월 아이스크림을 포함하는 243개 품목을 대상으로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시행하여 업체간의 자율경쟁을 유도하여 제품가격이 인하되는 것을 꾀하였으나,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로 불과 1년만에 과자, 빙과, 아이스크림, 라면에 대해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폐지하였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은 오픈 프라이스 제도가 폐지되었음에도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하지 않고 생산업체나 판매업자가 자율적으로 가격을 정해왔었다. 그런데 생산업체들의 영업이익이 너무나 낮아져 기업의 존속자체가 위협을 받으니 이제는 생산업체들이 권장가격을 표시하여 무분별한 할인판매를 막겠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까지는 소비자들이 아이스크림의 적정판매가격을 알 수 없었기 때문에 할인판매를 한다고 하여 과연 적정판매가격보다 저렴하게 구입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비싸게 구입하는 것인지를 알 수 없으므로,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함으로써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일정부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권장소비자가격을 표시한다는 것은 결국 정해진 가격 이하로는 팔지 말라고 소매업자들을 간접적으로나마 강제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상품을 일정가격이하로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라고 하여, 현행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서는 이를 제한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유를 불문하고 위법으로 규정하고 있었으나,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이제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최저재판매가격 유지행위 역시 허용된다는 취지로 심사지침을 개정하였다. 기업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생산활동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내는 것이고, 권장소비자가격표시를 통해 중간 유통과정이 투명해 질 수 있으므로 이번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를 위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겠지만 과연 소비자에게 이익이 될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봐야 될 것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라면을 생산하는 업체가 다른 업체들과 가격정보를 교환하여 라면의 출고가격을 동일하거나 유사한 수준으로 결정하기로 합의하였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가 라면업체들에 과징금을 부과한 사안에서 정보의 교환행위 자체가 곧바로 부당한 공동행위(카르텔)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한바 있다.

법률에 대한 해석의 최종적 권한은 대법원에 있는 것이며, 동일한 법규정이 적용되는 사안이라 하더라도 그 사실관계에 따라 법원의 판단은 다를 수 있는 것이므로 여기에서 대법원의 판단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다만 사안이 다르더라도 이러한 선례가 남은 만큼 앞으로 아이스크림업계도 라면업계와 유사한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을 것이며, 이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불리한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최근 한창 여론이 들끓고 있는 전기요금 누진세와 관련하여 요금폭탄이 두려워 무더운 날씨에도 냉방기조차 마음 편히 사용하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이번 아이스크림 가격 정찰제의 시행이 그나마 남은 소소한 즐거움을 빼앗게 되는 것은 아닐지 염려하며 무심결에 집어든 아이스크림의 가격에 놀라 슬며시 냉동고에 내려놓는다.

 

양 성 민 변호사

중앙대학교 법학과 졸업

경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제3회 변호사시험 합격

現) 법률사무소 진  변호사

現) 청주지방법원 소송구조 변호사, 국선변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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