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갈 길 먼 세종시 문화 인프라
[이슈분석] 갈 길 먼 세종시 문화 인프라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11.18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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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경제뉴스 이주현기자] 세종시는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인만큼 문화‧예술에 대한 요구가 많다. 그런데 마땅히 즐길 곳이 없다. 미술관에 가려면 인근 도시로 나가야 한다. 현재만 놓고 보면 자족도시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게 안팎의 의견이다. 세종이코노미는 열악한 세종지역 문화 인프라를 분석하고 지역 예술가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통해 대안을 제시한다.

세종시호수공원 무대섬 전경. / 사진=이주현 기자

전국比 문화기반시설 가장 '열악'
전국 대비 세종시의 문화기반시설은 매우 열악했다.

지난 9월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전재수 의원(부산 북구강서구갑·더불어민주당)이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등록공연장·영화관·문화기반시설 현황’자료를 보면, 세종시내 문화기반시설(극장은 2015년 말, 나머지는 2015년 1월 1일 기준) 수는 △공연장 1개 △영화관 2개 △도서관 3개 △박물관 5개 △미술관 0개 △문예회관 1개 △문화원 1개 △문화의 집 0개 등 총 13개였다. 이는 전국(3907개)의 0.3% 수준이다.

세종시와 인접한 충청권에서는 충남지역의 문화기반시설이 가장 많았다.

충남지역은 △공연장 35개 △영화관 16개 △도서관 57개 △박물관 44개 △미술관 8개 △문예회관 17개 △지방문화원 16개 △문화의 집 7개 등 200개다.

충북지역은 총 155개로 △공연장 18개 △영화관 11개 △도서관 41개 △박물관 44개 △미술관 8개 △문예회관 13개 △지방문화원 12개 △문화의 집 8개 등이다.

대전지역은 △공연장 30개 △영화관 10개 △도서관 23개 △박물관 15개 △미술관 5개 △문예회관 3개 △지방문화원 5개 △문화의 집 3개 등 모두 94개로 세종지역보다 7배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공연 단체들이 기부한 티켓으로 저소득층들이 문화예술 공연을 즐기도록 하는 '나눔 티켓' 제도는 이용률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곽상도 의원(새누리당‧대구 중남구)은 밝혔다.

앞서 지난 2014년 9월 세종시가 새로운 문화정책 수립을 위해 세종시민 73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대다수가 '영화·공연·전시회 등의 관람'을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건이 된다면 우선적으로 희망하는 문화 활동'에 대한 우선순위 2가지를 묻는 조사에서 연극·뮤지컬 등 각종 예술 공연 관람 40.4%, 영화 관람 19.6%, 예술창작 활동 15.6%, 미술관 등 전시회 관람 14.1%, 교양강좌 14.0%, 도서관 이용 11.2% 순으로 응답했다.

'가장 시급하게 갖추어야 할 문화시설'로는 문화센터 35.6%, 공연장 30.5%, 영화 관 23.3%, 문화예술 체험시설 17.5%, 청소년 문화시설 16.8%, 박물관 15.5%, 도서관 14.9%, 미술관 14.2% 순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문화 활동의 빈도를 묻는 조사에서 '응답자 중 50.8%가 2달에 1회 이상 하고 있다'고 답했다.

문화 활동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로는 △마땅히 해볼 만한 시설이 없어서 15.6% △원하는 프로그램이 없어서 8.3% △시설이 있어도 접근성이 떨어져서 7.7%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혜리세종무용단원들이 세종시호수공원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사진 제공=유혜리세종무용단

예술인들 “공연장 늘려야”
공연문화 활성화를 위해서는 세종지역 내 공연장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유혜리세종무용단 유혜리 대표는 “현재 세종시 내 예술인들이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우리 무용단의 경우 주로 세종시호수공원에서 공연을 하는데, 무대 뒤 배경막도 없고 대기실도 열악한 데다 무대 조명이 관객 위주다 보니 공연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호수공원 인근 또 다른 작은 공연장은 무대와 관객석이 너무 멀어 관객들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 같은 점을 세종시청에 문의한 결과, 빠른 시일 내에 개선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 세종시가 문화도시로 성숙하는 데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맑음 프로젝트 박해인 대표도 “공연장소가 마땅치 않다 보니 공연자들이 세종호수공원으로 몰려 경쟁도 치열하고 또 사용하기도 쉽지 않다”며 “조치원역 광장 등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에 오픈된 무대시설을 만들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길거리 공연 문화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복저수지도 공연하기엔 괜찮지만, 관객 동원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나마 여름 한 철 공연하기에 딱 좋다”고 말했다.

또 “지역 예술인 및 공연인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관객과 공연자가 서로 웃을 수 있는 공연 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한울컴퍼니 고창빈 이사도 “양보다 질적인 면에서 예술문화가 활발했으면 한다”며 “소규모 공연장이 많아지는 것도 좋지만, 콘서트장처럼 일정 인원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세종시에는 축제나 행사가 많지만 딱히 시민들이 크게 공감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시민을 위한 질 높은 문화 사업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을 즐겨 본다는 한 세종시민도 “현재 신도심과 구도심의 문화 불균형이 심한데, 그렇다고 신도심의 문화 인프라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균형을 맞춰 문화 격차 해소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름동의 한 주민은 “세종지역에는 나들이 갈 곳이 한정돼 있어 주말이면 인근 도시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많다”면서 “문화 인프라가 하루 빨리 자리 잡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도심에서 가장 많은 공연이 열리는 세종시호수공원 무대섬. / 사진=이주현 기자

세종시 문화 인프라, 장밋빛 전망
현재 문화 인프라만 놓고 보면 부실하지만, 마냥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문화 인프라 구축을 위한 계획이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세종시 복합주민공동시설에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공연·전시·교육 등을 위해 특화된 '문화예술인 창작공간'이 조성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복합주민공동시설에는 7개 주요 기능 이외에도 문화예술인들의 작품 활동과 개인악기연습, 공연·전시 등이 가능한 '문화예술인 창작공간'이 설계 때부터 반영된다.

이 시설은 동사무소, 보육시설, 체육관, 도서관, 노인여가시설, 지역아동센터, 문화의집 등 7개의 주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기존에도 다목적체육관, 다목적강당, 문화강좌실, 알파룸 등이 설치돼 있어 문화예술인들의 창작공간으로 사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무대 및 음향설비 부족, 전용 객석 미설치 등으로 인해 이용에 불편이 있어 활성화되지 못했던 것을 개선해 기능을 한층 강화하기로 한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부3.0의 하나로써 주민설명회 및 설문조사, 각종 사례조사 등을 통해 제시된 의견을 수용한 결과다.

행복청은 문화예술인 창작 공간 시설 개선 방안을 통해 각 시설별로 미술, 음악, 공예, 무용 등 특정 예술 분야의 주제를 선정해 설계 때부터 차별화된 공간으로 특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준연 행복청 공공시설건축과장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복합주민공동시설이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창작과 공연의 공간으로 활용돼 주민들이 보다 가까운 장소에서 문화예술을 접하고 소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와 전시‧보전 기능을 갖춘 명품 수목원도 조성될 예정이다.

국립중앙수목원에는 사업비 1341억 원이 들어간다. 세종시의 중앙 녹지공간 64만 9000㎡ 부지에 국내 첫 도심형 수목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2020년 완공해 이듬해인 2021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온대 중부권역 식물자원을 수집·전시·보전함과 동시에 기후변화 취약 식물 종에 관한 모니터링과 연구, 녹색문화 체험 교육 제공 등의 기능을 수행할 예정이다.

또 정원과 식물, 우리 문화가 잘 어우러진 한국 전통정원문화 소개 공간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이를 위해 수목원은 △커뮤니티·참여활동 지구 △정원 전시·관람 지구 △식물교육·연구 지구 등 3개 지구로 구성된다.

커뮤니티·참여활동 지구에는 방문객 안내와 홍보를 담당하는 방문자센터, 다양한 문화·예술·레크리에이션 참여 공간인 축제마당이 들어선다.

정원 전시·관람 지구에는 우리 정원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전통정원을 비롯해 80여 종의 나무를 주제별로 화분에 전시한 분재원, 다양한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청류 지원, 습지원 등이 조성될 예정이다.

식물교육·연구 지구에는 산림생물 유전자원 보전을 위한 연구동, 희귀·특산식물을 전시하는 사계절 전시온실이 건립된다.

세종시호수공원에서 공연 중인 유혜리세종무용단원들. / 사진 제공=유혜리세종무용단

세종시 문화재단 출범… 문화 인프라 개선 ‘시동’
세종시 문화재단도 출범함에 따라 문화 인프라 개선에 시동이 걸렸다.

그동안 세종시는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지만 문화예술 인프라는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정부도 문화국가 실현을 위해 지난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을 제정해 지역 문화재단 설립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시는 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타당성 검토 용역과 시민 공청회 등을 거친 뒤 지난 5월 행정자치부와 문화재단 설립 최종 협의를 마쳤다.

8월에는 문화재단 설립 관련 조례 및 정관을 제정하는 등 제반 법적 절차를 진행해왔다.

또, 시는 전국 공모를 통해 인병택 대표이사 등 임원을 선임, 지난 19일 창립 이사회를 개최했다. 현재 법인 설립 등기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예산도 충분히 확보해 놓은 상태다. 현재 문화재단 설립을 위해 문화예술진흥 기금 100억 원을 확보했다.

오는 2020년까지 300억 원을 조성해 문화재단 운영을 적극 지원한다는 게 시의 계획이다.

인력도 최소 규모로 꾸렸다. 문화재단의 조직과 인력은 1처 4팀 19명이지만, 출범 초기 규모를 최소화해 1처 3팀 10명으로 결정했다. 시는 문화재단 운영을 돕기 위해 공무원 3명을 파견, 각종 규정 정비와 직원 채용, 업무시스템 구축 등을 돕는다. 문화재단 사무실은 어진동 복컴 2층 일부 공간을 활용할 계획이며, 현재 리모델링 중이다.

조수창 세종시 균형발전국장은 "2017년 문화재단의 예산 규모는 약 73억 원이며, 50억 원은 재단 기금으로 적립하고 23억 원은 재단 운영비 및 사업비 등으로 편성했다"면서 "문화재단 설립은 세종시가 대한민국 10대 문화도시로 발돋움하는 첫걸음으로 문화예술 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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