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앗아간 삶… 무기력감 호소하는 시민들
미세먼지가 앗아간 삶… 무기력감 호소하는 시민들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9.03.05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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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전 11시 충북 중부권 초미세먼지 주의보→경보 '격상'
한낮에도 '깜깜'... "미세먼지 냄새 날 정도로 불쾌해"
도내 일선 학교 체육활동, 현장학습 등 실외수업 금지령
5일 오후 3시 청주시 흥덕구 송절동의 한 건물에서 개신동 방면을 향해 촬영한 모습. 한낮인데도 해를 보기 어려운 흐릿한 날씨에 시민들은 무기력감 등을 호소하고 있다. / 사진=이주현 기자

“이제 일상이 돼 버린 미세먼지, 무슨 대책은 있나요? 이러다 우울증 생기겠어요. 국민 전체가 폐암 걸리게 생겼는데 도대체 대책도 없고…. 어쩌려고 이러시나요.”

“지금 미세먼지가 대한민국을 뒤덮고 있는데, 이게 하루 이틀 끝날 일도 아니고…. 정부에서는 안내 문자나 보내고 있는데 그거 하나 보내고 일 다 했다고 생각하는지. 무슨 대책이 있는 건가요?”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미세먼지 관련 민원 중 일부다. 충북을 포함한 전국에 5일 연속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시행될 만큼 잿빛 공포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짜증과 분노를 넘어 무기력감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포착되고 있다.

충북보건환경연구원은 5일 오전 11시를 기해 청주, 증평, 진천, 괴산, 음성 등 충북 중부권역에 내려진 초미세먼지(PM 2.5) 주의보를 ‘경보’로 격상했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된 오전 11시 중부권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178㎍/㎥를 기록했다. 

청주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문화동 186㎍/㎥ △사천동 239㎍/㎥ △산남동 199㎍/㎥ △송정동, 봉명동 177㎍/㎥ △오송읍 196㎍/㎥ △오창읍 181㎍/㎥ △용암동 123㎍/㎥ 등이다.

미세먼지 농도는 더욱 심각했다. 이 지역의 미세먼지 농도는 △문화동 245㎍/㎥ △사천동 293㎍/㎥ △산남동 249㎍/㎥ △송정동, 봉명동 212㎍/㎥ △오송읍 243㎍/㎥ △오창읍 214㎍/㎥ △용암동 220㎍/㎥ 등이었다.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아파트 모습. 미세먼지가 자욱하다. / 사진=세종경제뉴스DB.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의 한 아파트 모습. 미세먼지가 자욱하다. / 사진=세종경제뉴스DB.

오후 2시가 돼서도 미세먼지가 짙게 깔려 삭막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시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불편함과 울적함을 호소했다.

충북대 중문에서 만난 지모(23) 씨는 “하늘 올려 보는 게 유일한 취미인데, 며칠째 미세먼지 탓에 맑은 하늘을 못 봐서 우울하다”며 “SNS 등에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이 많다”고 전했다.

복대동에서 만난 성모(40) 씨는 “출근 전에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고 ‘연차를 써야 하나?’ 고민했다”며 “오늘은 마치 미세먼지 냄새가 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불쾌하다”고 말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이모(29) 씨는 “오전부터 미세먼지 마스크를 찾는 손님들이 꽤 있었다”며 “실내에서 보는 하늘은 공포스러웠다. 피해 갈 수 없는 미세먼지는 어찌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잠깐 무기력감도 느꼈다”고 말했다.

영업사원 김모(32) 씨는 “출근만 아니면 집에서 안 나올 것 같다”며 “그동안은 조금 둔감했었는데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오늘 마스크를 하나 장만했고, 어제는 차량용 공기청정기를 주문해놓은 상태다”고 말했다.

현재 도내 일선 학교에서 체육활동, 현장학습 등의 실외수업이 금지된 상태다.

충북도교육청 관계자는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되면 실외수업을 금지하고, 단축수업과 휴업 권고는 상황을 지켜본 뒤 결정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초미세먼지가 유발하는 질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초미세먼지는 협심증, 뇌졸중과 같은 심뇌혈관질환의 발병 원인으로 지목된다. 초미세먼지는 입자의 크기가 작은 탓에 직접 혈관에 침투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혈관 손상을 가져와 협심증,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고 암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

한 의료전문가는 “미세먼지 축적을 먹는 것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이나 녹차 등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며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하게 함유된 미나리와 알라신이 함유된 마늘은 체내 중금속 등 각종 독소들을 흡수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도움을 주며, 배에 함유된 루테올린 성분은 기관지염, 가래, 기침 완화에 좋다”고 조언했다.

임성진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도 <세종경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미세먼지 때문에 밖에 나가 햇볕을 쬐지 않으면 세로토닌이 적게 나오기 때문에 무기력이 심화된다”며 “낮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뒤 외출하고, 밤에는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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