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세기를 구가하던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깨끗하고 효율적인 전기자동차(EV)로 일대 전환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핵심 부품인 전기차 배터리의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규모가 연 평균 25%씩 성장해 2025년 1600억 달러(약 182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기차 2차전지 배터리 제조 기계 생산 전문 업체 ㈜클레버(정종홍 대표, 충북 청주 내수 소재)가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2차전지 화성공정에 필요한 500억원 규모의 설비 공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는 2014년 창사 이후 단일 계약 건으로 최대 규모다.
이미 클레버는 세계 최고 수준의 폴딩(Folding- 전지 Pouch 외부 양쪽 날개를 접는 설비) 설비를 개발해 납품하고 있다. 특히 이번 계약은 클레버의 지속적인 신기술 개발과 설비 접목을 통해 이룬 성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전기차 가동을 위해서는 스마트 폰의 수천 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의 전력이 사용된다. 때문에 배터리 셀이 수십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까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배터리 셀을 여러 개 묶어서 모듈을 만들고, 모듈을 여러 개 묶어서 팩을 만들어 전기차에는 최종적으로 배터리가 하나의 팩 형태로 들어가게 된다.
현재 2차전지 업계선 얇고 긴 초장폭셀(500㎜ 이상)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한정된 차량 면적에 주행 거리를 늘리고 출력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서다. 클레버는 이점에 착안했다. 지난해에는 5억원 이상의 연구 개발비를 투자해 장폭셀 Folding 품질 능력 향상을 위한 PFL(Pre Forming Location) 공정 개발 및 설비 적용을 마무리 지었다.
클레버는 기존 주력했던 폴딩설비 사업 외 3개 공정(등급 분류기, 셀 포장기, 박스 포장기) 기술을 추가로 확보했다. 등급분류기는 각 셀의 미세한 전압 차이를 구분·분류해 등급에 따른 그룹을 만들어 셀의 균형을 맞춰줌으로써 배터리 충·방전의 효율성을 높여준다.
셀 포장기는 각 배터리의 치수와 이물질 검사를 통해 배터리 Cell을 일정한 Tray에 적층, 포장 및 운반이 용이하게 하기 위한 설비이다. 또, 박스 포장기는 Cell이 다단으로 적층된 Tray에 외부 Case를 씌우고 밴딩을 통해 손상없이 배터리 Cell을 운송할 수 있는 장비다.
이를 바탕으로 오는 8월까지 클레버는 SK이노베이션의 차세대 셀을 생산할 미국, 중국, 헝가리 사업장의 전지 공정 중 하나인 화성(Formation)공정에 필요한 장비를 단독으로 제공하게 된다. 또한 시장 확대 및 고객사와의 원활한 대응을 위해 미국과 헝가리 법인을 설립해 운용할 계획이다.
정종홍 대표는 “이번 SK이노베이션과의 공급 계약을 시작으로 클레버는 제2의 도약을 하게 됐다"며 "올 6월까지 전지 4대 공정(전지·조립·화성·팩) 중 조립 및 화성공정에 대한 설비 계발을 통해 두 공정에 필요한 A~Z까지 설비를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출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올 상반기 자사가 보유한 반도체 애칭 식각 공정의 원천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미래 먹거리 창출에도 앞장 설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클레버는 선제적인 설비 공급 체계를 갖추기 위해 현 공장 인근 4000평 부지에 제2공장 증설을 추진하며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