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칼럼] 즐거움과 꿈을 선사하는 발명교육
[윤상원 칼럼] 즐거움과 꿈을 선사하는 발명교육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8.16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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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윤상원 영동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김 군은 발명을 통해, 새로운 진로를 찾아가는 중3 학생이다. 발명을 처음 접한 시점이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우연한 기회에 삼촌의 권유로 시작했다. 삼촌도 발명가이자 사업가다. 자연스럽게 발명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았다. 삼촌의 교육 덕분에 특허출원도 여러 건 했다. 특허 등록증은 김 군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김군은 학교에서 ‘발명 도사’로 통한다. 고등학교 진로는 확실하다. ‘마이스터고’에 진학해서 새로운 기계기술을 배우고 좀 더 차원 높은 발명을 통해 창업의 부푼 꿈을 꾸고 있다.

가상(假想)의 이야기가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내용이다. 김 군처럼 새로운 발명에 도전하는 학생 발명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미래의 꿈에 목말라하는 청소년이 얼마나 많은지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요즘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을 못 하는 시대 탓이기도 하다.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가겠다는 의지의 반영인 셈이다. 이런 흐름은 세계적이다.

지금은 지구촌이 인터넷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상상력으로 똘똘 뭉친 발명을 하기에 딱 좋은 환경이다.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아이디어가 보석으로 탄생할 확률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창의력과 상상력이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국가 경제의 선봉장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세계 유수 기업들이 발명을 장려하고 후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의 CEO는 똑똑한 발명품 하나가 개인은 물론 회사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발명은 고갈되지 않는 샘물’이라고 주장하는 경영자도 있다.

먼저, 구글은 매년 세계의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GSF(구글 사이언스 페어)’라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등 13개 언어를 지원한다. 노벨상 수상자 등 세계적 과학자들이 심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GSF는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라는 대회 슬로건처럼 실제로 세상을 바꾸고 있는 모양새다. 구글의 발 빠른 후원은 글로벌 기업답다. 그들이 발명 후원에 집착하는 이유는 간명(簡明)하다. 세계제패다.

또한 영국의 '제임스 다이슨 어워드'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 대회는 학생들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디자인하도록 장려하고, 차세대 디자인 엔지니어들을 고무시키기 위해 영국의 프리미엄 가전 회사 다이슨이 마련한 국제 학생 디자인 대회다. 심사기준도 까다롭다. 독창성, 창의성과 지속 가능한 엔지니어링을 중시한다. 수상작들은 실제로 제품화돼 출시된다고 한다. 발명의 힘을 꿰뚫은 이들의 도전정신은 아름답기만 하다.

그 외도 세계적 기업들의 행보는 힘차다. 미국 3M, 독일 바스프, 스위스 로슈 등 화학·제약 기업들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과학교실과 발명경진대회 지원에 이들 기업은 지역과 나라를 초월한다. 가히 폭발적이다.

발명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그들만의 방식으로 ‘부국강병(富國强兵)’을 추구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이들 기업의 행보는 대회지원이면서 사실상 발명교육의 연속이다. 기업들은 발명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영감을 자극한다. 그리고 그 결실을 기업의 성장 동력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기업들의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한국의 발명 저력은 뛰어나다. 일찍이 우리 조상들은 천부적인 발명의 재능을 가진 민족이다. 측우기, 금속활자, 거북선, 해시계, 물시계 등 세계적인 발명품이 있지 않은가. 이런 발명 정신을 이어가는 기업들은 많다. 최근의 학생 과학발명경진대회 지원에 선도적이다. 현대모비스와 한국공학한림원이 전국적으로 운영하는 ‘주니어공학교실’이나, 한국과학창의재단과 한화가 함께 추진하는 ‘한화 사이언스 챌린지’등은 좋은 사례다. 학생들의 발명 열정이 꽃필 수 있도록 교육 제공과 함께 비전을 제시하는 기업들의 후원은 희망 가득하다. 미래의 한국 노벨상 후보는 이런 과정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다. 참 멋진 행보다.

발명에 관한 한 ‘개천에서 용 난다’란 속담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런 측면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용’ 만드는 재주는 탁월하다. 파격적인 후원 때문이다. 내용은 이렇다. 발명·수학·과학 경진대회 수상자들을 수시로 백악관에 초청해 격려하는 행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대통령 앞에서 발명품을 소개하고 박수를 받으니, 이만큼 더 큰 격려와 칭찬도 없다. 최고의 후원이자 최고의 교육이다. 이런 게 발명교육의 정체성(正體性)이다. 최고의 벤치마킹감이다.

세계 석학들은 하나같이 ‘발명의 힘은 한 국가의 힘’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이 그 좋은 예이다. 제2차 세계대전 패망국 일본이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힘은 발명교육에 있었다. 전 국민이 만들어 낸 발명품은 세계인의 마음을 붙잡았다. 일본은 이것을 무기로 세계틈새시장을 개척했다. 아직도 일본은 발명대국이자, 노벨과학상에 관한 한 선진국이다. 모두 발명교육의 저력을 믿고 추진한 결실이다. 독일의 발명교육 역사는 알토란 그 자체다. 100여 년의 진득함을 높이 평가한다. 세계적 경제 위기와 불황 속에서도 굳건한 경제가 그걸 입증한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굴기도 그 원리는 똑같다. 세계적인 발명왕 에디슨의 출신이 미국 아닌가. 더는 말할 필요가 없다. 미국의 막강한 특허권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여기서 노벨상을 탄생시킨 ‘노벨’의 나라 스웨덴을 빼놓을 수 없다. 어려서부터 창의와 발명 정신을 온몸으로 배우는 그들만의 교육시스템은 오늘날의 스웨덴을 만든 원동력으로 꼽힌다. 발명 촉진 교육 프로그램인 ‘핀업 프로그램’은 유명하다.

사람들은 21세기를 ‘지식기반시대’라고 한다.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시대’라고 명명한다. 여기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미래의 먹거리는 ‘상상력’이란 점이다. ‘상상력 산업’은 미래 경제의 최고 화두다. 상상력 산업은 곧 지식재산권 산업이다. 애플이나 구글의 성공 요인도 다름 아닌 디자인과 상상력이었다. 애플이 지식재산과 디자인으로 벌어들이는 순이익은 수십조 원에 이른다. 그들의 도전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근래(近來), 흔하면서 듣기 좋은 말들이 떠돈다. 대개 이런 말들이다. ‘1명의 발명가가 100만 명의 생계를 책임지는 시대’가 도래했다. 손톱만 한 IT 첨단제품 한 개가 커다란 중장비 한 대분의 몫을 충분히 하고도 남는 시대다. 100명의 박사보다 1명의 발명가가 훨씬 유익하다.’ 그 진위(眞僞)를 떠나서 울림이 깊다. 하나같이 의미심장한 명언 같다. 현재 우리가 직면한 새로운 도전 과제인지도 모른다. 우수한 특허, 디자인, 소프트웨어, 콘텐츠 등 무형의 지식재산만이 우리 경제가 살길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해결책이 절실하다. 궁하면 통하는 법이다. 창의적인 발명 인재 양성은 훌륭한 모범답안이 될 수 있다. 앞선 선진국들도 방향은 동일하다. 그 중심에 발명교육이 있다. 그렇다면 발명교육의 정체는 뭘까. 대단한 것이 아니다. 너무 쉽고 간단하다. 불편한 것을 찾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면 된다.

발명교육은 학생들에게 즐거움과 꿈을 선사한다. 자기만의 ‘끼’를 찾을 수 있게 해준다. 각각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정답이고,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다. 발명교육을 통해 장애를 극복한 학생들도 있다. 곧 발명이 ‘Healing(치유)’인 것이다. 흥미 만점 교육이다. 학생들의 진로는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이처럼 쉽고 스스로 원하는 진로를 스스로 찾는 교육방법이 어디 있단 말인가.

대한민국의 혁신은 시급하다.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청소년들의 발명은 계속 쏟아져 나와야 한다. 아무리 고민해도 ‘상상력이 넘쳐나는 발명’ 말고는 뚜렷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 잘사는 나라들도 올인 하고 있는데, 우리도 해보자는 것 아닌가. 우리 민족의 두뇌 수준은 세계 최고다. 못할 것도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대한민국 교육의 정점은 국어·영어·수학이다. 줄 세우기 위주의 단답형 지식교육으로는 정답이 없다. 구덩이에서 허우적거릴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모든 것은 다 때가 있다. 제대로 된 발명 인재를 양성하지 못하고, 무익(無益)한 정쟁(政爭)만 일삼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잿빛 어둠뿐이다. ‘행(行)’만이 진정한 해결책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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