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원 칼럼] 삼성의 기능인 사랑
[윤상원 칼럼] 삼성의 기능인 사랑
  • 이주현 기자
  • 승인 2016.09.23 10: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윤상원 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윤상원 유원대학교 발명특허학과 교수] ‘위아래로 휙휙 이동하는 손은 무사의 움직임과 흡사했다. 사방팔방으로 정신없이 굴러가는 눈동자는 광채를 뿜어냈다. 몽글몽글 영근 땀방울에는 영롱함이 깃들었다.’ 2016년 9월 5일부터 8일간의 일정으로 열렸던 ‘2016 제51회 전국기능경기대회’ 현장의 생생한 모습이다. 그뿐이랴. 한 쌈 한 쌈 박음질로 옷을 예술품으로 승화시키는 여성 지원자, 염색약을 한 올 한 올 바르면서 새로운 세계를 완성해가는 어린 여학생의 손가락을 보면서 ‘한국인의 저력’은 아직도 힘차게 역동 치고 있음을 본다.

참가한 학생들의 속마음은 어떨까. 하나같이 대회에서 수상하고, 남들이 갖고 있지 못한 기술로 성공을 기원한다. 이들의 목표는 구체적이다. 이 군은 창업해서 최고의 드론기술자가 꿈이다. 조 군은 훌륭한 로켓 과학자이며, 최 군은 기술교육자라는 부푼 꿈을 갖고 있다. 김 군의 목표는 삼성에 취업하는 것이다. 유독 삼성을 고집한다. 김 군만이 아니라, 삼성에 취업하고자 하는 젊은이는 넘쳐난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기업이니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한국에는 대기업이 여럿 있다. 그 가운데 삼성이 기능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최근 ‘삼성전자, 2007년부터 기능경기대회 지원’이라는 기사가 신문에 떴다. 주요 내용은 이재용 부회장 관련 기사였다. 그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제조업의 힘은 현장이고, 현장의 경쟁력은 기능 인력에서 나온다.” 요즘 ‘빅 데이터’ 시대에 뒤처진 이야기처럼 들리지만, 현장의 힘은 무제한급이다. 현장은 빅 데이터를 뛰어넘는 그 이상의 존재다. 삼성의 한 경영자가 인재 사랑 철학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좀 어설프다. 3대째 이어진 온 삼성의 경영 철학의 결정판일 뿐이다.

삼성의 기능인 사랑 이야기는 계속된다. 삼성은 2007년부터 매년 평균 7억 원 이상을 대회 후원에 쓰고 있으며, 올해까지 10년째 후원 중이란다. 또 입상자와 대회 출전자들을 매년 특채하고 있으며, 지난 9년간 매년 100명 안팎의 기능 인력을 뽑았다고 전한다. 삼성 내부에서는 ‘JY 프로젝트’라고 불린다. 어떤 프로젝트든 젊은 기능인들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책은 보람차고 아름답기만 하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몇몇 학생들은 세계적 기업인 삼성전자에 입사하여 명장이 돼서, 나중에는 학생들도 가르치고 싶다고 전해진다. 학생은 목표 달성해서 좋고, 대기업도 좋은 인재 뽑아 좋으니 제대로 된 인재 양성의 표본은 바로 이런 걸 두고 하는 말이다.

경제가 어렵다 보니 기부에 난색을 보이는 기업들이 많은 현실에서, 삼성의 기능인 양성 프로젝트는 국가적으로도 유익한 처사다. 한국의 인재 양성하면 삼성 이병철 회장의 철학을 빼놓을 수 없다. “나는 일생을 통하여 80%는 인재를 모으고 교육하는데 시간을 보냈다. 삼성이 발전한 것도 유능한 인재를 많이 기용한 결과였다.”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인재를 바라보는 삼성의 보이지 않는 힘이 느껴진다. 관상 전문가를 옆에 두고 면접을 보았다는 일화는 지금도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고 있다.

한국전쟁 이후 기능인들은 눈물의 빵을 먹으면서 자신들의 피와 땀방울을 산업현장에 밤낮으로 쏟아 넣어 대한민국을 세계 최빈국에서 오늘날의 경제 대국으로 일으켜 세운 장본인이라는 사실을 삼성은 제대로 꿰뚫고 있는 듯하다. 이런 저력을 믿고 과감한 투자를 시도한 삼성의 전략은 세계 글로벌 기업답다.

시대의 변화가 가파르다. 기름때 묻은 기능인들의 손은 경제적 풍요로움의 상징이 되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는 기능한국인 소식은 매스컴에 종종 오르내린다. 이들은 기술개발에 사활을 건다. 한국 경제의 근간(根幹)이 되는 강소기업은 그들 몫이다. 젊은 나이에 밤새워 개발한 혁신적인 특허 기술 탄생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기술이 돈이 되다 보니, 기능인 자녀가 가업을 잇는 일은 물론, 은퇴를 앞둔 숙련기능인의 기술을 물려받을 젊은이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억대 연봉을 챙기는 희망 가득한 젊은 기능인들을 보고 있노라면, “엉뚱하고 기발한 질문을 하는 괴짜 학생들이 사라졌다”는 어느 대학 교수의 탄식이 남 이야기처럼 들린다.

앞으로도 대기업의 기능인 사랑은 계속될 전망이다. 정부도 이에 맞춰 기능인 우대정책은 파격적이다. 기능인을 ‘장인’으로 ‘애국자’로 대접하고 있다. 최고의 기술을 연마한 기능인에게 포상하는 ‘대한민국 명장’, 기능을 계승시키는 ‘기능전승자’, 중소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우수기능인', 성공한 기능인 모델이 되는 '기능한국인' 제도 등은 기능인들을 신명 나게 만들고 있다. 이런 모델은 일본의 ‘모노쓰쿠리’정신과 독일의 마이스터 제도를 뛰어넘는 신선한 촉매제가 될 것이다.

망치로 쇠를 다룬 지 수십 년 되는 장인은 쇳소리만 들어도 그 강도를 금세 알아본다고 한다. 장인 정신이 빚어낸 신의 경지일 게다. 아마도 삼성은 이런 장인의 경지를 탐(貪)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래가 든든한 젊은 기능인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참 멋들어진 모습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