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독성헤어스프레이 피해호소에 ‘딴소리’
식약처, 독성헤어스프레이 피해호소에 ‘딴소리’
  • 이재표 기자
  • 승인 2017.09.01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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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씨 죽을 고비 넘겼다 호소하는데 전문가 자문회의는 ‘동문서답’
임종한 인하대 교수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과 임상결과 일치”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분이 들어간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하고 생사를 넘어들었다고 주장하는 J씨.

2014년 10월 홈쇼핑을 통해 구입한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하고 3년째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생활을 하고 있다는 J씨와 관련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개최한 전문가 자문회의가 ‘동문서답’을 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세종경제뉴스 8월28일 자, 아래 ‘관련기사’ 참조>

J씨는 146명을 사망에 이르게 한 가습기 살균제 유해물질이 들어있는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하고 나서 각종 질병을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독성보건학회 회장을 맡고 있는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J씨가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받은 조직검사와 진단, 의무기록 등을 종합해 볼 때 헤어스프레이의 유해물질이 일으킬 수 있는 증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사는 40대 여성 J씨는 2014년 10월 말, 홈쇼핑을 통해 D사(인천광역시 소재)가 제조한 ‘B헤어스프레이’ 9개 들이 2박스(총 18개)를 구매했다. 제품을 판매하는 유명 헤어디자이너의 말만 믿고 제품을 애용한 J씨는 두 달 뒤부터 시작된 비염과 감기에 이어 자궁 내 종양 등 3년 동안 400여 차례의 통원치료와 10여 차례의 수술, 20여 차례 입원 등 각종 질환에 시달려야 했다.

문제의 스프레이 성분 중에 가습기 살균제에 사용돼 1,2차 피해자 조사에서 무려 146명을 숨지게 만든 것으로 확인된 파문을 일으켰던 살균보존제 ‘CMIT와 MIT’가 들어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1년쯤 지나서였다. J씨는 이때까지 천연성분으로 만들었다는 쇼핑호스트의 말만 믿고 10통을 사용한 뒤였다.

또 다른 피해자 양산을 막기 위해 식약처에 강제 회수를 요청했지만 “2015년 8월11일, CMIT와 MIT에 대한 관리기준이 바뀌었다. 기준일 이전에는 화장품 전 유형에 대해 사용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날 이전에 제조한 제품들은 제조기준을 지켰기 때문에 강제회수가 불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8월11일 이후에는 기준이 강화돼 샴푸와 린스 등 씻어내는 제품에 대해서만 CMIT, MIT의 제한적 사용을 허용하고 있다.

J씨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자 식약처는 2016년 11월25일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었고, 12월6일 그 결과를 서면 통보했다.

회신의 골자는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피해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동문서답들.

▲첫째, “CMIT, MIT’가 씻어내는 제품(샴푸, 린스 등)에 최대 0.0015% 이하로 들어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둘째 “2015년 8월11일부터는 화장품 전 유형에서, 씻어내는 제품으로 CMIT, MIT의 허용범위를 제한했다.”

▲셋째 “2016년 11월8일, D사를 점검한 결과 CMIT, MIT 사용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 식처가 기준변경 이후에 제조한 D사의 제품(사용기한 2018년 4월25일)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CMIT, MIT가 검출되지 않았다.”

▲넷째 “제출한 병원 소견서만으로는 판단에 어려움이 있으니 명확한 근거자료 및 민원인과 유사한 반응이 발생한 사례 등에 대한 추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성학 전문가인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

임종한 인하대 의대 작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세종경제뉴스와 전화인터뷰에서 “식약처가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J씨는 씻어내는 제품을 사용한 게 아니라 머리에 직접 뿌리기 때문에 눈에 닿을 수 있고 코를 통해 흡입될 수도 있는 헤어스프레이를 사용한 것이다. J씨는 비루관 폐쇄로 눈물이 멈추지 않고, 심각한 비염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J씨는 8월27일 인터뷰 과정에서도 4,5초 간격으로 눈물을 닦아낼 정도였다.

임종한 교수는 또 “CMIT, MIT가 허용되던 2014년 10월 구매한 제품을 사용하고 문제가 생겼는데, ‘성분 사용을 제한한 2015년 8월 이후의 제품은 문제가 없다’고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 유해한 성분이 든 제품이 돌아다닐 가능성이 있다면 즉각 강제회수에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습기 살균제 폐 손상 조사위원’으로도 활동했던 임 교수는 J씨의 증상에 대해 가습기 살균제 유해성분인 CMIT, MIT로 인한 피해 증상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나는 독성학 전문가다. 여러 병원의 조직검사 결과와 진단, 의무기록을 참고했으며 환자의 임상증상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내린 판단이다. 독성에 노출된 시점과 증상이 발현한 시점이 일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J씨는 “식약처에서 보내온 자문회의 결과를 보고 너무 기가 막혀서 독성 분야 전문가를 검색해 임 교수를 찾아가게 됐다. 2017년 1월 이후 5번 정도 찾아가 진단도 받고 자문도 구했다”고 말했다. J씨는 현재 헤어스프레이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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