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2산단 조성하면서 길이 사라졌다?
오송2산단 조성하면서 길이 사라졌다?
  • 박상철 기자
  • 승인 2018.05.29 15: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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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농사짓던 관습도로 어디 갔나…없던 길도 만들어줄 판에
오송사업단, 설계회사·감리단 현장조사와 사진 분석 결과 '없었다'
파란 동그라미 부분에 주민들은 기존 관습도로 복원을 주장하고 있다. 빨간 동그라미는 오송사업단이 성묘객을 위해 철제 계단을 설치해 주겠다고 한 곳이다.

오송제2생명과학단지(이하 제2산단) 조성 중인 오송읍 연제리 주민들이 산단 조성과정에서 수십 년간 이용하던 관습도로가 사라져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주민들은 “필요하다면 없는 길도 만들어줄 판에 엄연히 있었던 길도 없다고 우기는 산업단지공단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0년 10월, 제2산단 지구 지정이 완료됐지만 연제리 510-1번지 일원 농지(전, 답)가 사업 지구에서 제외되면서 연제리 주민들은 멘붕(?)에 빠졌다. 당초 수용될 것으로 예상해 농사를 중단한지 수년이 지나면서 농기계와 트럭이 주로 이용하던 관습도로가 수풀로 뒤덮여 버렸기 때문이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제2산단 조성공사가 시작되면서 관습도로 자체가 막혀 연제리 주민들은 아예 농사를 제대로 지을 수 없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제2산단 시행을 맡고 있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오송사업단(이하 오송사업단)은 이전부터 관습도로는 없었다며 새 도로를 내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2017년 12월 19일. 해당 토지에서 수십 년간 농사를 지으며 관습도로를 이용한 주민들의 서명을 첨부해 1차 민원을 충북경제자유구청(이하 경자청)에 제출했지만 경자청은 이를 시행사인 오송사업단으로 내려 보냈다.

연제리 주민들은 지난해 9월부터 세차례 민원을 제기 했지만 세차례 모두 거절됐다.

오송사업단은 제2산단 사업 지구 설계를 맡은 ‘D공단’의 2010년 사업지구 전수 조사 자료와 2014년 7월 공사 착공 후 감리단이 펼친 현장 조사 결과를 내세우며 관습도로가 없었다는 것으로 판단. 새로운 도로를 만들어 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1차 민원 답변 후 오송사업단 관계자는 “해당 토지 소유자들로부터 확인서를 받아오라”고 하자 주민들은 일부 토지주들의 토지대장과 위임장을 첨부한 2차 민원을 올해 1월 5일 오송사업단에 제기했다. 하지만 이번 1차 민원과 같은 도로 개설 불가 결론을 받았다.

민원을 제기한 A씨는 “토지주 서명을 받아 오라기에 받아오면 개설 허가를 내주는 줄 알았다”며 “놀리는 것도 아니고 2차 민원 결과도 1차 민원 결과를 복사해서 붙어 넣기 한 마냥 똑같은 답변을 내놓았다”며 분노했다.

지난 3월 연제리 주민들은 해당 토지에 관습도로가 있었다는 것을 보다 확실히 주장하기 위해 대법원과 전국법원 특수감정인 법영상분석연구소에 해당 토지의 관습도로 유무에 대한 항공사진 분석을 의뢰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항공사진 감정을 펼친 법영상분석연구소는 해당 토지에 대한 약 20년간의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동일 위치에 도로가 존재해 이는 관습도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해당 토지인 연제리 510-1번지에는 과거 농사를 지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주민들은 지난 4월2일 3차 민원을 제기했다. 하지만 오송사업단은 제2산단 조성 사업의 계획단계에서 사업지구 경계에 존재하는 관습로가 존재 하지 않은 것으로 설계사를 통해 확인했다.

또, 1차 민원 접수 시 경자청 담당자 등과 현장조사 결과 해당 번지 쪽으로 경작을 위한 접근로도 없었던 것으로 추정돼 도로 개설은 불가하다고 못 박았다.

단, 묘를 찾는 성묘객을 위해 산업단지 측에서 해당 토지로 출입이 가능한 철제 계단형 접근로 설치는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같은 결론에 연제리 주민 B씨는 “농사를 지으려면 농기구나 차량이 들어가야 하지만 현실에 맞지 않는 철제 계단이라니 말도 안 된다”며 “없었던 도로를 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있었던 도로를 안 내주니 답답할 지경이다”고 한탄했다.

다른 주민 C씨도 “오송사업단이 전형적인 탁상행정을 보여주고 있다”며 “설령 없던 도로라도 필요에 의해 주민이 요구하면 어느 정도 반영을 해줘야하는 게 정부가 출자한 공단의 역할이 아니냐”며 꼬집었다.

주민들은 법영상분석연구소에 의뢰해 관습도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는 감정 소견을 받았다.

오송산업단 관계자는 “설계를 진행한 D공단과 현장조사를 펼친 감리단 조사를 토대로 명백히 관습도로는 없었다"며 "주민들의 의뢰한 영상분석도 추정에 불과해 신뢰성이 떨어진다”며 “행여 도로를 내 준다면 해당 토지 형질 변경, 땅값 상승 등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커 쉬운 문제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만약 청주시에 민원을 제기하든 아니면 관습도로가 있었다는 소송을 해서 재판부로부터 인정을 받아 당시 조사가 잘못된 것이라면 설계를 의뢰한 회사에 책임을 물을 것이다”며 “하지만 현재 준공을 앞든 상황에 설계를 변경하는 것은 공사 담당자로서 어려운 일이다”며 말을 아꼈다.

제2산단 설계를 한 D공단 관계자도 세종경제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 2010년도에서 현장조사를 실시했던 걸로 기억한다”며 “한번이 아닌 수차례 현장을 찾고 주민설명회를 거쳐 설계를 한 것으로 해당 토지는 관습도로가 없었던 게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는 충북 청원군 오송읍 지역에 328만4000㎡ 규모로 산업·상업·주거·공공 시설 등을 조성한다. 2014년 7월 착공했으며 오는 7월 8일 준공할 예정이다.

오송 제2산단은 오는 7월 8일 준공을 앞두고 있다. / 사진=한국산업단지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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