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제맥주를 꿈꾼다" - 충북 음성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세계 최고 수제맥주를 꿈꾼다" - 충북 음성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 정준규 기자
  • 승인 2016.07.29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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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경제뉴스 정준규기자] 찌는 여름 시원한 맥주 한 잔이면 온 몸의 불쾌지수가 단번에 사그라든다. 목을 타넘는 맥주가 장인의 손으로 한땀 한땀 만들어낸 수제맥주라면 그 맛은 더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다.원류를 따지려면 기원전까지 거슬러가야 할 만큼 맥주는 인류가 가장 사랑하는 음료이자 벗이다. 근대 공장형 대량생산 시대를 거친 맥주는 지역과 시대를 거치며 변신에 변신을 거듭해왔다. 그리고 지금 세계는 수제맥주, 일명 ‘크래프트 비어’에 열광하며 흠뻑 취해있다.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전경

 수제맥주 양조장을 일컫는 ‘크래프트 브류어리(craft brewery)’는 국내에 몇 되지 않는다. 수제맥주를 만들기 위해선 맥주장인이라 불리는 브루마스터(Brewmaster)의 깐깐한 안목과 농익은 기술이 절대적이다. 사정이 이러니 크래프트 비어를 제대로 만드는 일은 그만큼 고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장인의 정성과 기술이 한껏 발효된 맥주인데 그 맛은 평범할 리 만무하다.

인고의 시간을 거친 만큼 그 맛도 일품이다. 유럽에나 가야 근사한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다는 생각은 비단 기자만의 선입관은 아닐 것이다. 특별한 수제맥주를 제대로 맛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충북 음성에 있다는 건 그래서 더 반갑다. 지난 2014년 음성군 원남산업단지 내에 둥지를 튼 코리아크래프브류어리는 수제맥주를 만드는 회사다.

붉은 벽돌로 멋스럽게 지은 사옥은 맥주공장이라기보단 미술관이나 별장에 가깝다. 디자인이 심상치 않다 했더니 역시나 김수근 건축상을 수상한 건축가 김성우 씨의 작품이다. 건물로 들어서자 벽면의 문구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We don't brew beers that we don't like to drink" ”우리가 마시기 싫은 맥주는 우리도 만들지 않는다“는 그 호기로움이 궁금해졌다.

 

맥주, 장인이 만들다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손님을 맞는 공간’과 ‘맥주를 만드는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 로비로 들어서면 시원한 창문을 통해 건너편 공장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은빛기계들이 가득한 이곳에서 3명의 브루어를 포함한 7명의 직원들이 최상의 크래프트 비어를 생산하고 있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양조장 내부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가 음성에 공장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건 지난 2014년. 공장설립지로 전국 10여곳이 후보에 올랐지만 ‘물’ 좋고 ‘특산물’ 풍부한 음성이 최종 낙점됐다. 현재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는 맥주는 총 7종.

코리아크리프트브류어리의 맥주제조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마크 헤이먼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맥주장인이다.그의 이력은 특이하다. 헤이먼은 MIT를 졸업한 후 애플에서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을 시작했다.맥주 양조에 흥미를 느낀 그는 애플을 나와 맥주 이스트와 미생물학, 양조기술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뒤 홈 브루잉 기술을 전문적으로 익혔다. 한국에 오기 전 헤이먼은 미국과 일본의 쟁쟁한 양조장에서 엔지니어와 브루마스터로 일했다.  지난해 헤드브류마스터로 이곳에 온 그는 현재 브류어리에서 24시간 상주하며 맥주의 퀄리티 컨트롤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 전 세계를 돌며 쌓은 엔지니어로서의 역량과 브루마스터의 재능을 한국에서 맘껏 펼치고 있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의 헤드브루어 '마크 헤이먼'

헤이먼이 맥주 생산에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풍미의 균형이다. “맛의 밸런스를 유지하되 다양성을 놓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의 김우진 브루어는 덧붙인다.

“우리 맥주의 특징은 원재료입니다. 다양한 종류의 맥아를 블랜딩해서 사용함으로써 종류와 맛에 차별성을 두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생산된 홉을 블랜딩해 다채롭고 흥미로운 맥주를 양조하고 있습니다. 또한 맥주의 종류에 따라 오렌지 껍질, 생강과 같은 자연재료를 사용하여 풍미를 더하고 완성된 맥주의 품질 유지를 위해 산소 인입이 엄격히 조절된 포장방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산뜻하고 경쾌한 맛이 특징인 허그미(Hug me)

 코리아크래프트에서 만들고 있는 수제맥주 중 가장 인기있는 브랜드는 ‘허그미’와 ‘코스믹 댄서’이다. 부드러운 풍미가 특징인 ‘허그미’는 이곳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다. 상큼한 열대과일향이 인상적인 ‘코스믹 댄서’는 여름철 최고 인기 상품이다. 입안을 감도는 경쾌한 풍미는 눅눅한 여름 불쾌지수를 떨어뜨리는 데 제격이다. 에일 맥주 특유의 상쾌하고 환한 느낌이 이곳 맥주의 특징. 출시된 지 1년밖에 안됐지만, 이곳 장인의 손에서 탄생한 7종 맥주 모두 전국적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단단히 인기몰이 중이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에서 생산하는 다양한 맥주들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가 특별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다양한 브류어리 투어를 통해 맥주 생산 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고 들으며 체험해볼 수 있다. 투어 후에는 숙성실에서 갓 뿝은 생맥주를 맛보는 호사도 누릴 수 있다. ‘마스터 투어’를 신청하면 헤드브류마스터의 설명을 들으며 브류어리를 둘러볼 수 있다. 마크 헤이먼의 해박하고 재미있는 설명은 물론 브류잉 기술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도 가능하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신혜린 어쏘시에이트가 갓 뽑은 맥주를 들어보이고 있다.

 차 없이 이곳에 들러 수제맥주를 만끽하려는 이들을 위해 특별한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다. ‘유드링크 위드라이브’ 투어는 서울과 음성 브류어리를 오가는 교통편이 포함돼 있다. 여름밤, 공기 좋은 자연에서 최상의 맥주를 즐기려는 이들이 늘면서 워크샵이나 단체모임 문의가 최근 줄을 잇고 있다. 매주 토요일 이곳에 운영하는 탭룸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다. 갓 만든 생맥주를 비롯해 피자,소시지 등 음성의 농산물을 이용해 만든 다양한 안주를 맛볼 수 있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로비에서 열린 콘서트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건물디자인만큼이나 문화적인 색채가 강한 공간이다. 맥주를 만드는 공장과 맥주를 즐기는 장소를 한 공간에 배치해 새로운 문화콘텐츠를 양산하고 있다. 브류어리가 문을 열고 다섯 번의 콘서트가 이곳에서 열렸다. 맥주에 문화를 접목시키려는 브류어리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

많은 이들이 음성의 청정 자연에서 수제맥주를 즐기며 공연을 즐겼다. 말 그대로 삼박자가 딱 맞아떨어진 셈이다.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앞으로도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열 계획이다. 단순히 맥주만 만드는 공간이 아닌 많은 이들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지역 명소를 만드는 게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의 목표다.

코리아 크래프트 브류어리 야경

아울러 복숭아,오미자,수박 등 음성 농산물을 이용한 다양한 맥주 개발을 통해 “지역성이 곧 경쟁력”이라는 사실을 입증하겠다는 의지도 갖고 있다. 가까이서 최상의 수제맥주를 맛볼 수 있단 사실만으로도 마음은 충분히 설렌다. 여름날 들이키는 시원한 수제맥주 한 잔에 좋은 이들과의 추억은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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