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폭염이 몰고 온 손풍기 열풍
[칼럼] 폭염이 몰고 온 손풍기 열풍
  • 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 승인 2018.08.15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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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윤상원 (사)한국발명교육학회장

한반도가 펄펄 끓어오르고 있다. 8월 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찜통더위에 쏟아지는 땀은 한도 끝도 없다. 잠시 잠깐 부는 바람도 순간이다. 온열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농어민이나 밖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에겐 큰 고통이다. 사람 볶는 여름이다. 각종 농·축·수산물 피해는 심각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없으면 뭐든 할 수 없는 지경이다. 

나무 그늘에서 쉬는 어르신들은 더위를 물리는 것이 급한 듯, 부채를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부채 바람의 운치는 안중에도 없다. 더워 죽겠는데 별도리가 없다. 부채 바람으로 찜통더위를 식힌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가마솥더위’가 지속되다보니, 어르신들의 더위 탈출 방식도 현대화되고 있다. 부채가 아닌 손풍기(손과 선풍기의 합성어)가 대세다. 부채질하다 보면 손목도 아프고, 더위를 쫓는 것도 한계가 있어 전자식 손풍기를 찾고 있다. 손풍기 바람이 수천 년 역사를 가진 부채를 몰아내고 있다. 손풍기의 열풍은 어르신들만이 아니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저마다 손풍기를 하나씩 들고 있다. 목에 걸고 다니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너무 익숙하다. 너도, 나도 백팩(Backpack)이나 핸드백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손풍기를 꺼내 더위를 쫓는다. 외국인들에게도 손풍기의 인기는 절정이다. 북한에서도 손풍기가 버젓이 팔릴 정도다. 찜통더위가 탄생시킨 히트상품인 셈이다. 

유통업계에서는 대략 천만 개 이상 팔린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초대박이다. 신상품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날개 없는 손풍기, LED 캐릭터 손풍기, 향기 나는 손풍기, 스탠드형 손풍기, 폴더형 손풍기’등 다채로운 손풍기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멀지 않아 최소 한 가정에 하나씩 소유하는 ‘국민 아이템’은 시간문제다. 

해마다 올해와 같은 폭염이 이어진다면, 곧 휴대용 에어컨이 대박 상품으로 교체될지도 모른다. 더위를 몰아낼 최첨단 냉각 가전 기술이 계속 발전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AI(인공지능) 탑재는 기본이다. 하늘을 나는 드론 선풍기도 등장할 태세다. 

환경 전문가들은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 21세기 말경에는 현재보다 2.6~4.8도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쯤 되면 지구는 거의 재앙 수준이다. 폭염의 주된 원인은 뻔하다. 온실가스 감축 실패에 있다. 또한 경제 대국 간 패권 갈등의 산물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소리소문없이 ‘기계 바람’의 굴레 속으로 점점 빠져들고 있다. 자연 바람은 낯설기만 하다. 자연 재앙을 극복하기 위한 기기(器機) 혜택은 찰나에 불과하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사실이 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에서 밀려난 더위는 때가 되면 반드시 인간을 급습한다는 점이다. 자연의 응징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도망간 더위는 지구를 더욱 뜨겁게 달굴 것이다. 열 받은 지구가 어떤 재앙을 몰고 올지 예측불허다. 인류는 폭염을 스쳐 지나가는 더위 정도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 

자연과의 싸움은 원래 거는 게 아니다. ‘자연사랑’의 소중함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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